정년 65세 연장 ‘시대적 과제’…중소기업·청년 일자리 대책 병행돼야
법정 정년 60세 vs 연금 수급 65세…5년 소득 공백이 빈곤 주범
노동계는 “법정 정년 연장”, 경영계는 “재고용 자율”…노사 입장 평행선
입법조사처 “맞춤형 지원과 확대된 사회적 대화 통해 연착륙 유도해야”
![지난 5월 8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령자 계속고용의무 제도화 공익위원 제언’ 브리핑에서 이영면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8/05/rcv.YNA.20250508.PYH2025050814060001300_P1.jpg)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년 65세 연장은 고령자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시대적 과제지만, 중소기업 부담과 청년 일자리 보호 없이 추진될 경우 사회적 갈등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5일 발간한 ‘정년 65세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보고서에서 “정년연장은 고령자의 소득 공백 해소와 연금재정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과제지만, 기업 규모별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정책과 청년고용 보호 대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기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출산율은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고, 생산가능인구는 2025년 약 3591만명에서 2070년 1737만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현행 법정 정년(60세)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65세) 사이의 ‘5년 소득 공백’은 고령층 빈곤과 연금재정 불안정을 초래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령층의 69.4%가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으며, 희망 근로 연령은 평균 73.3세에 달했다.
보고서는 정년연장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정년연장 방식(법정 연장 vs 재고용)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 연계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조정 ▷경제·사회적 파급효과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사업체별 정년제 운영 실태가 천차만별인 만큼, 일률적인 정년연장보다는 기업 규모와 업종, 직무 특성에 맞춘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년제가 사실상 운영되지 않는 중소기업의 경우, 고령 숙련 인력 활용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인건비 부담과 인사관리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년연장이 고령자에게만 혜택이 집중되고 청년고용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고용지원금 확대, 세제 혜택,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며 “청년 신규채용 감소나 조기퇴직 증가 같은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틀을 넘어 고령 근로자, 청년 대표, 중소기업, 국회,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확대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년연장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차도 뚜렷하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해 연금 수급 연령과의 괴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령자 고용안정과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임금 삭감이나 임금피크제 도입이 아닌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일률적인 법정 연장에 반대하며, 재고용 등 노사 자율 방식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에는 정년을 65세로 상향하고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의 고령자고용법 개정안 13건이 계류 중이다. 대부분은 연금 수급 연령과 연계해 소득 공백을 해소하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시행 시기 조정과 정부 지원 방안 등을 함께 담고 있다. 관련 법안은 지난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돼 정기국회에서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주요국들도 고령화에 따른 정년 정책을 다양하게 조정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정년 상한 자체를 폐지했고, 독일과 프랑스는 연금 수급 연령을 점진적으로 상향하며 사실상 정년을 늦추고 있다. 일본은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65세까지 고용 의무를 부여하고, 70세까지는 기업의 ‘노력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도 주요국의 흐름을 참고하되, 인구구조와 노동시장 여건에 맞춘 정년 설계가 필요하다”며 “입법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연착륙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