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술 잘못돼 사망했는데 상해보험금 거절?…“받을 수 있습니다”

의료과실·고지의무 소비자 유의사항

금감원 “의료과실도 ‘상해사고’ 인정”

오진·설계사 고지방해 땐 보험금 지급

의료과실로 인한 사고 발생 시 보험약관상 ‘상해’에 해당돼 상해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사진=123RF]
의료과실로 인한 사고 발생 시 보험약관상 ‘상해’에 해당돼 상해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사진=123RF]

#. A씨는 1차 병원에서 비뇨기계 질환 수술을 받고 퇴원했으나 의식저하로 대학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 병원은 부적절한 수술에 대한 의료과실을 인정하고 유족과 합의했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예상할 수 있는 수술 부작용으로 사망했다”며 상해사망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사례에서 “피보험자가 수술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의료과실로 인해 상해를 입는 결과까지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며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의료과실은 내재한 질병이 아닌 외부로부터의 우연한 돌발적 사고로 약관에서 규정한 ‘상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금융감독원은 6일 의료과실 사고·고지의무 관련 주요 분쟁사례를 통해 소비자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질병·상해를 다루는 제3보험과 관련해 의료과실 등을 이유로 상해보험금을 부지급하거나, 고지의무 위반을 적용해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을 부지급하는 분쟁이 지속해 발생하고 있어서다.

우선 A씨의 경우 병원 측이 일반적으로 함께 시행하지 않는 두 가지 종류의 수술을 동시에 시행했다는 점, 수술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 의료과실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특히 오진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등 의료진의 부작위에 의한 의료과실도 상해사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B씨는 허리통증으로 대학병원에서 단순 통원치료를 받아오다 갑자기 거동이 불가능하게 돼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하지마비 장해가 됐다. 병원은 오진으로 인한 의료과실을 인정했지만, 보험사는 “직접적인 의료행위가 아닌 적시에 의료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부작위)일 뿐”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상해의 요건인 외래성은 신체 내부 질병이 아닌 외부요인에 의한 것을 의미하고, 부작위 의료과실이 신체에 침해를 초래했다면 작위에 의한 의료과실과 달리 볼 수 없다”며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고지의무 관련 분쟁에서는 설계사의 고지방해가 확인된 경우 고지의무 위반을 적용해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C씨는 텔레마케팅(TM)보험에 가입하면서 고지의무 사항에 대해 일부 질문을 받지 않거나, 질문에 답변할 틈 없이 바로 다음 질문을 받아 고지 기회 자체가 없었음에도 고지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다. 금감원은 녹취 등을 통해 설계사가 알릴 기회를 주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해지 보험계약을 복원하도록 했다.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사항과 관련 없는 보험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이 지급된다.

D씨는 어깨질환에 대해 수술필요 소견을 알리지 않고 보험에 가입한 이후 상해사고로 어깨를 다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해지 및 보험금 지급이 거절됐다. 금감원은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 해지는 타당하나, 과거 질병력과 상해사고는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상법·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의료기관의 의료과실 탓에 사망, 장해 등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계약에서 보장하는 상해사고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상해담보 가입 여부·약관 등을 확인하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p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