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五德)’의 매미, 도심에서 울음소리 더 자주 들리는 이유는[에코피디아]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구상의 총 생물종은 약 3000만종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인구 증가와 야생동식물의 남획, 각종 개발 및 환경오염 등으로 자연 서식지의 파괴에 따라 매년 2만5000종에서 5만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물종의 감소는 이용가능한 생물자원의 감소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을 단절시켜 생태계의 파괴를 가속화합니다. 올해는 1995년 1월 1일 국내에서 생물다양성협약이 발효된 지 30년이 됩니다. 동식물을 아우르는 종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지만 알지 못했던 신기한 생태 이야기를 ‘에코피디아(환경 eco+사전 encyclopedia)’란을 통해 국립생태원 연구원들로부터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땅속매미[국립생태원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8/10/news-p.v1.20250810.e7cc875d8a314d829927abb205bb7efa_P1.jpg)
한여름이면 어디선가 ‘맴맴맴’ 또는 ‘치이이이~’ 하는 울음이 들려옵니다. 짧고도 강렬한 이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여름의 전령사, 매미입니다. 매미는 땅속에서 수액을 빨아먹으며 약충으로 수년을 지낸 뒤, 여름 한 철 지상에 올라와 짝짓기와 산란을 마친 후, 생을 마감합니다. 한국에 서식하는 매미는 보통 3~5년가량을 땅속에서 보내지만, 북미에는 무려 13년이나 17년을 기다린 뒤, 동시에 출현하는 주기성 매미도 있습니다. 이처럼 매미는 긴 기다림 끝에 짧은 삶을 울음으로 불태우며, 계절의 흐름을 알리는 자연의 알람시계이자 오랫동안 문학과 예술 속에서 상징적 존재로 여겨져 왔습니다.
동양 고전에서는 매미가 다섯 가지 덕(德)을 지닌 곤충으로 묘사합니다. 매미의 머리 앞부분에 나 있는 곧은 선은 갓끈을 연상시켜 문(文), 곧 지혜와 학문을 상징으로 비유되며, 순수한 나무 수액만을 섭취하는 식성은 청(淸), 맑고 깨끗한 본성을 나타냅니다. 나무에 해를 끼치지 않고 절제된 삶을 사는 모습은 염(廉), 곧 청렴의 덕으로 해석되며, 집을 짓지 않고 간소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검(儉), 검소함을 상징합니다. 마지막으로, 계절에 맞춰 어김없이 출현하는 생애 주기는 신(信), 신의와 성실함의 덕에 견주어졌습니다. 이처럼 매미는 자연의 질서와 균형을 상징하는 존재로 오랫동안 문화적 의미를 지니며,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도심 매미는 더는 ‘군자의 상징’이 아닌, ‘도시의 소음 주범’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도심 매미 종인 말매미는 몸집이 크고, 울음 크기는 최대 80데시벨(dB)에 달해 지하철 소음 수준에 견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주거지 주변에서 불쾌감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또한 가장 강한 에너지를 갖는 4~6kHz의 주파수 대역은 사람이 가장 민감하게 듣는 영역에 해당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말매미의 울음은 시민들에게 더욱 날카롭고 거슬리는 소리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말매미[국립생태원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8/10/news-p.v1.20250810.4eaec085568a43b1999bd8586e11ad19_P1.jpg)
그렇다면 왜 도시에서 매미가 더 많이 발견되고, 울음 소리가 더 자주 들리는 걸까요? 먼저 도심의 고온 환경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말매미는 27도 이상의 고온에서 활발히 합창하는 종으로, 도시의 열섬 현상은 이들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도시 지역의 높은 기온은 낮뿐만 아니라,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는 밤에도 말매미가 합창하는 데 필요한 온도를 유지해 줍니다. 도심에 흔한 참매미 또한 27도 이하의 비교적 서늘한 기온에서도 활발히 울기 때문에, 이른 아침 시간대에도 도심 곳곳에서 합창이 울려 퍼집니다. 결국 도시는 심야의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아침부터 밤까지 거의 하루 종일 매미가 울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 되는 셈입니다.
둘째, 도시의 공원이나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는 느티나무, 벚나무와 같은 커다란 나무들은 매미들이 선호하는 수종들입니다. 이 나무들은 매미들에게 좋은 서식지와 번식지를 제공하며, 높은 밀도로 자생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매미가 번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합니다.
![참매미[국립생태원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8/10/news-p.v1.20250810.b04e3c00f9654f7d9920497fbff85885_P1.jpg)
셋째, 도시에는 새나 말벌 같은 포식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매미의 생존률이 높아집니다. 이처럼 도시는 매미에게 포식압이 낮은 안정적인 서식지이자 번식지로 제공하며, 결과적으로 매미 밀도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매미는 노린재목에 속하는 곤충으로, 우리나라에는 약 13여종이 서식하는데 도시에서 주로 관찰되는 매미는 말매미, 참매미, 애매미, 유지매미, 쓰름매미, 털매미 등입니다. 매미는 수컷만이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복부에는 ‘진동막’이 위치하고 있으며, 이 표면에는 갈빗대처럼 나란히 배열된 융기 구조가 존재합니다. 진동막과 연결된 발음근(근육)의 수축·이완으로 이 구조들이 빠르게 접혔다 펴지며, 진동을 시켜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복부 내부의 ‘공명실’은 텅 빈 구조로 되어 있어 진동막이 낸 소리는 고막을 통하여 외부로 크게 증폭시킵니다. 이처럼 구조는 단순하지만 매우 효율적이며, 덕분에 매미는 몸집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큰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특히, 말매미는 국내 매미 중 가장 몸집이 가장 크며, 이로 인해 울음소리가 가장 강렬합니다.
![매미의 발음근[국립생태원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8/10/news-p.v1.20250810.021e4f9fde8f4d92b0bc44460b327e31_P1.jpg)
비록 도심 매미는 소음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지만, 도심 생태계에서 다양한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성충이 되기 위하여 땅 밖으로 나올 때 생긴 구멍은 토양에 공기와 물이 잘 순환하게 하여 식물 생장에 도움을 줍니다. 또한 매미 탈피각과 사체는 유기물로 분해되어 토양에 영양을 공급하고, 생애 전반에 걸쳐 다양한 새와 곤충의 먹이가 되어 생태계 먹이망을 유지하는데 기여합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인간의 미래 식량 자원으로서의 가치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매미는 단순한 불청객이 아닌, 도시 생태계의 순환과 균형에 기여하는 중요한 구성원입니다.
도시에서 매미 소리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소리는 자연의 흐름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여름이 시작되면, 매미는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의 리듬을 불어넣으며 계절의 변화를 알려줍니다. 매미의 생태적 역할과 의미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공존할지를 되묻게 합니다. 매미의 울음 속에서 여름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강재연 국립생태원 생태신기술팀 연구원
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