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제 플라스틱 협약, 결국 최종 합의점 못 찾아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추가협상회의(INC-5.2)도 결렬

지난해 부산 회의서 결론 못내고 회의 속개에도 성과 없이 끝나

산유국·미국, 생산감축에 반대…향후 협의 재개 여부 불투명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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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하는 구속력 있는 협약 마련을 위해 국제 사회가 추가 회의까지 열었지만 또다시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향후 논의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환경부는 5일(현지시간)부터 15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플라스틱 오염 대응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추가협상회의(INC-5.2)가 협약 문안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종결됐다고 밝혔다.

185개국이 참석한 당초 회의는 14일 종료 예정이었지만, 마지막까지 협상이 지속되면서 기한을 넘겨 15일 종료됐다.

핵심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 의무화였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캐나다, 그리고 상당수의 아프리카 및 라틴아메리카 국가 등이 참여하는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은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고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독성 화학물질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협약에 담기를 원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러시아, 이란, 말레이시아 등 산유국들은 석유나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물질이 원료가 되는 플라스틱의 생산 감축을 반대하면서 폐기물 관리 강화, 재활용으로 오염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플라스틱 오염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몰디브와 투발루 등 39개국을 포함하는 ‘군소도서개발도상국’(SIDS)은 이번에도 합의가 불발된 데 대해 “우리가 거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글로벌 환경 위기에 SIDS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각국 대표단은 플라스틱 생산을 제한하려는 노력이 미국의 반대에도 막혔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25일 “우리는 플라스틱 생산 목표나 플라스틱 첨가물 또는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금지·제한 같은 비실용적인 포괄적 접근 방식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각국이 관련 협약을 수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협약과 관련한 향후 논의가 어떻게 될지는 불분명하다.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협의 재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더이상의 논의가 무의미하다는 국가들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INC-5.1 개최국으로서 당사국간 각기 다른 입장을 좁히기 위해 절충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등 협정 타결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지속 수행했다”며 “협정 타결이 이뤄지지 못했지만, 향후 후속협상 과정에서 입장이 다른 국가들간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한 교량적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사회는 2022년 3월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2024년까지 마련키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총 5차례 협상을 벌이기로 했는데, 마지막 담판으로 예정됐던 지난해 11월 부산 회의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이번에 제네바에서 회의가 속개됐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새로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4억톤이 넘고, 그중 절반은 일회용품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15%는 재활용을 위해 수거되지만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9%에 불과하며, 거의 절반인 46%는 매립지에 버려지고 17%는 소각되며 나머지 22%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폐기물로 남는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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