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윤증현 전 장관 “석화산업 기업 간 통폐합 불가피…산업 포트폴리오 전환할 시점”

‘경제위기 소방수’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정부는 규제 완화 등 조력자 역할 충실해야”

석유화학산업 구조 재편 방안 이달 중 발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주도로 속도를 내고 있는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에 대해 “더 빨리 시작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가야 할 길”이라며 “수출 시장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경쟁이 불가능하며, 결국 기업 간 통폐합과 수직 계열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윤 전 장관은 18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부가 어디까지,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이 사업을 정리·조정하거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덜어주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조력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이 조금 더 빨랐어야 했다”면서 “중국과 중동처럼 통폐합과 수직 계열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조력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헤럴드경제DB]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이 조금 더 빨랐어야 했다”면서 “중국과 중동처럼 통폐합과 수직 계열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조력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헤럴드경제DB]

그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제정책 최전선에서 위기 대응을 이끈 ‘소방수’로 불린다. 최근 글로벌 공급 과잉과 경쟁력 약화로 석유화학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내놨다.

윤 전 장관은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이 조금 더 빨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중동처럼 통폐합과 수직 계열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중동은 수직계열화 공정을 구축해 수급관리와 사업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가 이달 중 발표 예정인 ‘석유화학산업 구조재편 방안’에 대해서는 “기업 문제는 기업이 가장 잘 안다”며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기보다 규제를 어떻게 개선해야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준비중인 방안에는 기업 간 또는 기업 내 자발적 사업 재편을 유도하고 금융·세제 지원을 통해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부처별 역할에 대해서 윤 전 장관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심이 돼야 하고 경제 전체의 조율은 경제 부총리가 맡아야 한다”며 “산업부와 부총리가 긴밀히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이 단순히 기존 산업의 체질 개선에 그쳐서는 안 되고 산업 포트폴리오 전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더 본질적인 문제는 석유화학이 앞으로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인데, 중국과 중동을 이길 수 없다”면서 “석유화학을 주력 수출산업으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이제는 인공지능(AI), 바이오 같은 신산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함께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전반적인 기업 환경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다만 최근 추진되는 법인세 인상, 노란봉투법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등은 기업활동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법인세 세수가 안 들어오는 건 세율이 낮아서가 아니라 경기가 나쁘고 기업 환경이 어려워져 이익을 못 내기 때문”이라며 “미국 관세 여파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법인세를 올린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꼽았다.

이어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고 이익을 많이 내면 주가 역시 따라오는 것”이라며 “기업을 뒷받침할 노력을 하지 않고 주가 자체만 목표로 삼는 건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노란봉투법이나 과도한 산업안전 규제 역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사고 하나가 나면 산업 전체가 멈춰서는 구조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리스크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짜 산업 정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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