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근무 최소 휴게 보장, 신입도 첫해 연차휴가…노동정책 전면 개편
SPC 사망사고 계기 장시간 근로 규제
연차저축제 도입,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해소도 추진
경영계 “제도적 보완 없이 법만 바뀌면 현장 혼란 불가피”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해단식에서 이한주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8/18/rcv.YNA.20250814.PYH2025081410800001300_P1.jpg)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장시간 야간 근로를 제한하고 6개월 재직시 연차 휴가를 보장하는 등 노동정책 전반에 걸친 제도 개편에 나선다.
18일 고용노동부와 국정기획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이 같은 방안을 제시하고 본격적인 법·제도화 검토에 착수했다.
SPC그룹에서 새벽 시간대 잇따라 발생한 사망사고는 장시간 야간근로 규제 논의에 불을 붙였다. 제빵·식품업을 비롯해 운수·물류·경비 등 일부 업종에서는 야간노동이 일상화 돼 있다. 연속 근무와 부족한 휴게시간은 과로사 등 산업재해의 주범 중 하나로 꼽혀 왔다.
국정기획위는 새로운 유해·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에 ▷최소 휴게·휴일 보장 ▷최장 노동시간 제한 ▷연속근무일수 제한 등을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실상 야간노동을 별도 관리·감독하는 ‘최소 휴식권 보장제’가 도입되는 셈이다. 야간근로 규제 대상에 택배 노동자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도 포함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차휴가 제도도 대폭 손질된다. 현행 ‘재직 1년 이상’ 요건을 ‘6개월 이상’으로 완화해 단기 근로자도 휴식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신입 직원이 입사 첫해에 연차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사용하지 못한 연차를 최대 3년간 적립해 활용할 수 있는 ‘연차저축제’가 새로 도입된다. 지금까지는 연차를 소진하지 못하면 수당으로 정산하거나 소멸하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장기 휴가·재충전·가족 돌봄 등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 외에도 연차 일수 확대와 시간 단위 연차 활용 도입도 검토 중이다. 연차를 하루 단위로만 사용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고, 근로자 개인의 생활 패턴에 맞는 유연한 활용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제도를 사회적 대화를 거쳐 이르면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다. 정부는 근로기준법에 “사용자는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안에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면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유사한 처우를 보장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지금까지는 호봉 중심의 임금체계 탓에 비슷한 일을 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컸고, 반대로 다른 일을 해도 호봉이 같으면 비슷한 임금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정부는 이런 구조적 모순을 개선하기 위해 직무급제 전환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업 현장에서는 직무 분석과 평가 기준을 새로 정립해야 하는 만큼 제도 정착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경영계는 제도 개편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업 현실을 고려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휴식권 강화와 임금체계 개편이 기업 비용을 급격히 늘려 특히 중소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제도적 보완 없이 법만 바뀌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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