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하 전망 뒤집나…내주 한은 결정 주목
파월 ‘잭슨홀발언’ 韓 금리정책 영향
매파 발언시 한은 ‘동결’ 확률 상승
집값도 변수…대출금리 인하 제동
오는 28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가운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파월 의장이 예상보다 강한 매파적(긴축적) 발언을 한다면 우리나라 환율 불안이 더 거세지면서 금리 인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명분이 더 강화되는 셈이다. 금리를 동결하면 대출 금리 내림세에도 일부 제동이 걸리면서 주택담보대출 대출 수요도 다소 억제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29∼30일 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회의에 참석한 연준위원 다수는 미국 기준금리를 4.25∼4.50%의 현 상태로 유지하는 데 찬성했다.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정도만 노동시장 약화를 우려하며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선호한다는 의견을 냈다. 연준 이사 2명 이상이 상반된 소수의견을 밝힌 것은 1993년 이후 약 3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인하를 재촉하면서 연준이 받는 압박은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금리 관련 지표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7월 고용 창출은 전문가 예상 폭을 크게 밑돌았다. 전형적인 경기 둔화 신호로 금리 인하 주장에 힘을 주는 증거다. 반대로 7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중 최종 수요 서비스 가격은 전월 대비 1.1% 올라 2022년 3월(1.3%)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시선은 오는 22일(현지시간) 잭슨홀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파월 의장에게 쏠리고 있다. 만약 파월 의장이 보다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 낸다면 금리 인하 기대가 급속도로 후퇴하면서 시장 예상이 뒤집힐 수 있다.
이날 오전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선물시장에서 9월 미국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은 81.9%로 반영됐다. 아직 압도적이지만 일주일 전 94.3%와 비교하면 확연히 낮아진 수준이다.
국내 통화당국도 금리 인하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장 환율 불안이 발목을 잡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선 국회 업무보고에서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후반에서 상당폭 등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심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집값도 여전한 변수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8월 11일 기준) 서울시 아파트 매매가는 0.10% 올랐다.
특히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0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대출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코픽스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6월(연 2.54%)보다 0.03%포인트 낮은 2.51%로 나타났다. 작년 10월 이후 내림세가 계속 이어졌다.
수도권 집값 과열 우려에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 수요를 자극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미 2분기 가계대출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파월 의장이 만약 금리 인하 신호를 준다면 우리나라 금리 인하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미국이 금리를 낮추게 되면 금리 인하 제약 요건 중 하나인 환율 불안이 해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0%대 저성장 탈출을 위한 경기 부양 필요성이 더 힘을 받게 된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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