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외국인 보험 통·번역서비스 도입
외국인 민간보험 가입률 40% 수준
창구 ‘언어장벽’ 가입률 저조 주요인
금융당국, 유지·청구단계 지원확대
보험업계 “블루오션, 서비스 강화”

지난해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겼지만, 민간 보험 가입률은 40% 수준으로 내국인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창구에서 겪는 ‘언어 장벽’이 저조한 가입률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내달부터 현장에 통·번역 서비스 등을 본격 도입해 외국인 보험 시장 편의성을 개선하기로 했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9월 1일부터 외국인 보험 지원 범위를 기존 ‘가입(모집)’ 단계에서 ‘계약 유지, 보험금 청구’ 단계까지 확대한다.
먼저 금감원은 해피콜(사후 확인 전화) 다국어 표준 통·번역 스크립트를 현장에 적용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인 영어와 중국어, 베트남어 3개 언어로 우선 제공하며, 외국인 근로자 의무보험 안내자료 역시 영어, 중국어 등을 포함해 상위 5개 언어로 제공된다. 또한, 자동차보험에서는 외국인의 해외운전 경력이 인정돼 초기 보험료 부담이 줄어든다.
아울러 금감원은 올해 하반기 중으로 계약 유지와 보험금 청구 표준 안내장을 영어와 중국어로 신설하고, ‘내보험 찾아줌’ 서비스의 다국어 지원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금을 받기 위해 어떻게 청구해야 하는지 등을 안내하는 자료가 연 1회씩 나가지만, 그동안에는 한국어로만 제공됐다”라며 “(외국인 보험을) 당장 활성화하긴 어려워도 저변 확대를 위한 준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보험은 국내 보험업계의 블루오션 시장으로 평가된다. 내국인 대상 보험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저출생·고령화로 고객 기반이 축소되고 있지만, 체류 외국인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경제 창출 능력이 있는 생산가능연령인구에 포함돼 있어 보험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장기 거주 외국인은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으며, 국내 단기 체류 외국인까지 포함하면 265만명에 이른다. 반면 한국의 생산연령인구는 3626만3000명으로, 총인구(5180만6000명)와 비교해 사상 처음으로 70%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파른 고령화 속에 한국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인구는 갈수록 줄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 생산연령인구는 174만명에서 183만3000명으로 5.3% 증가했다. 이로써 생산연령인구 중 외국인 비중은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하지만 보험업계의 준비 상황은 아직 미흡하다. 2022년 통계로 볼 때 외국인의 민영보험 가입률은 41.1%로, 내국인(86.4%)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또한, 외국인 설계사수(전속 기준)는 국내 주요 11개 생명·손해보험사 기준으로 지난달 3987명을 기록해, 전체 설계사수(20만6400명)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현행법으로는 외국어로 보험 악관을 제공할 수 없는 탓에 보험설계사를 통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공급 역량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번 제도 개선은 기존의 한계를 넘어 ‘정보 접근성’부터 넓히는 첫걸음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국의 표준화 작업과 업계의 채널·인력 확충이 동시에 작동해야 보험 가입부터 유지, 청구하는 전 과정에서 외국인의 접근성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언어 지원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수요 확대에 발맞춰 민간에서도 더욱 서비스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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