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김정관 산업장관, 취임한 지 일주일만에 미국행…현지 협상단에 합류미국 워싱턴→뉴욕→스코틀랜드→워싱턴, 러트닉 장관 쫒으면 협상산업부 조선해양플랜트과 기획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제안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가운데)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가운데)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우리나라는 앞서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한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인 15%의 상호관세로 받게 됨에 따라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시장에서 일본, EU와 경쟁하는 한국으로선 일단 외형적으로는 더 불리하지는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적으로 가장 민감했던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을 막았다는 점이 큰 성과라는 평이다. 이런 성과에는 협상테이블 최전선에 있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의 지휘아래 통상교섭본부가 협상테이블에 앉고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부처가 합심을 이룬 팀플레이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직 후인 지난달 12일 취임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능력이 십분발휘됐다. 여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통상교섭본부장에 재직한 바 있다. 여 본부장은 취임 50여일동안 협상의 키맨으로 알려진 하워드 러트닉 상무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USTR) 대표를 각각 10번가량 만나면서 미국측의 의도를 파악하고 협상 전략을 짰다.

25%관세에서 15%로 낮춘 일본의 경우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러트닉 장관과 8번이상 만나며 신뢰를 쌓았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여 본부장은 일본 경제재생상보다 러트닉 장관과 소통하면서 자짓 불리할 수 있는 관세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여 본부장은 취임한 후 개인적인 약속을 잡지 않고 도시락을 먹으며 야간 근무를 하면서 24시간 미국과 소통하면서 전략을 짜고 기존 수석대표를 국장에서 1급으로 격상하고 각부처가 참여하는 통상대책위를 출범시켜 빈틈없는 대미협상체제를 구축했다.

여 본부장은 이달 8일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지난 5일 미국 출장길에 올라 추가 유예를 요청하고 본격 협상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협상 대상국에 관세 서한을 보내 8월 1일까지 추가 유예를 통보했다. 새 정부에 주어진 시간은 20일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여 본부장은 협상 카드 정리와 권한 확보에 매달렸다. 농산물 시장 개방과 디지털 규제 완화 등 비관세 장벽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의 초대 산업부 수장으로 임명된 김정관 장관도 지난 21일 취임한 후 이틀만에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앞서 미국에 먼저 도착한 여 본부장과 함께 워싱턴, 뉴욕, 스코틀랜드 등을 오가며 협상을 진행했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지난 24∼25일 러트닉 장관을 만나 2차례 협상을 했다. 24일에는 워싱턴DC에서 만났고, 25일에는 그의 뉴욕 자택까지 찾아가 협상을 이어갔다. 이후 이들은 러트닉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떠난다는 것을 파악한 뒤 급박하게 스코틀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미 무역협상에서 미국 측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러트닉 장관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한미 무역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친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하루 전인 오는 31일 각각 베선트 재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카운터파트를 만나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힘을 보탰다.

구 부총리는 29일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하자마자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났으며 다음날에도 또 만나 협상을 이어갔다. 미국의 관세 부과 전 협상 타결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출장길에 올라 트럼트 미 대통령과 30일 만났다.

구 부총리는 지난 24일 인천공항 귀빈실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면담 취소연락을 받고 현장에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이름을 붙인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이 큰 성과를 낸다는 평이다. 이는 산업부 조선해양플랜트과의 아이디어로 기획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제안을 미측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워하며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1급 수석대표였던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이 협상단을 이끌고 안홍상 산업부 미주통상과장이 실무업무를 소리없이 담당하면서 숨은 일꾼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박 실장은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을 동시에 그림자처럼 보좌해왔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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