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80억 주식매매계약 체결 앞두고 불발“저축은행 업권 내 M&A 난항 예상”사모펀드·비금융 기업 인수 가능성도


상상인저축은행. [뉴시스]
상상인저축은행. [뉴시스]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OK금융그룹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OK금융그룹과의 인수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OK금융그룹과 상상인저축은행은 매각가격 1080억원으로 잠정 합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체결을 앞둔 상태였지만, 세부 항목에서 이견이 끝내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반년 넘게 이어진 실사 끝에 중단 통보를 받으면서 사실상 인수 협상이 완전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상상인저축은행이 OK금융 외에 다른 사모펀드 등 인수 후보들과도 물밑에서 매각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OK금융은 지난해 말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실사 과정을 통해 재무, 법률, 사업 현황 등을 검토하고 최근까지 약 7개월간 가격 협상을 벌여왔다.

상상인그룹은 지난 2023년 금융위원회로부터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의 대주주적격성 유지 요건 문제로 인해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지분 매각을 명령을 받은 이후 매각 절차를 진행해왔다. 또 상상인저축은행은 재무건전성 악화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바 있다.

상상인저축은행 관계자는 “좋은 인수자가 나타나면 매각할 계획이라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OK금융그룹과의 협상이 중단되면서 저축은행 업권 내 M&A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OK금융처럼 덩치가 큰 대형사에서도 인수가 무산됐는데, 시장에서 이만한 규모의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주체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며 “향후 저축은행 간 M&A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사모펀드나 비금융 기업의 저축은행 인수 가능성은 남아있다. 최근 KBI국인사업은 라온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저축은행 구조조정 첫 사례로 꼽혔다. KBI그룹은 자동차부품 사업과 전선·동 소재 사업에 주력하며 총 6개 사업 부문에 걸쳐 30여개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KBI국인산업과 라온저축은행은 모두 구미에 본점을 두고 있어 대구·경북 경제권 내에서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업권별(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상,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제주, 대전·세종·충청) 중소형 저축은행을 묶어 BNK·DGB 등 지방 소재 금융그룹에 매각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방식이 금융당국의 정책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며 “과거 저축은행 사태처럼 부실 자산은 제외하고 정상 자산만 인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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