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확실성 벗어난 한국 경제수출 충격 우려 상당부분 사라져내수회복 지속되면 반등할 수도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무역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최악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9조원 줄어들 위기를 벗어났다는 평가다. 최근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완만히 회복하는 가운데 올해 2분기까지 이어진 수출 호황이 계속될 경우 연간 0%대로 점쳐졌던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오는 8월 1일부터 부과할 예정이던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앞서 합의했던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시장이 우려했던 수출 측면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줄었다.
이 효과로 약 9조원 정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하방 압력이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앞서 상호관세 25% 등이 부과되면 실질 GDP가 0.3∼0.4%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실질 GDP가 2292조2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9조2000억원이 격감할 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협상으로 15%로 타결되면서 일단 위기 국면은 벗어났다는 분석이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31일 오전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한·미 무역협상이 주요국과 비슷한 관세율(15%) 수준에서 타결됨에 따라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중 등 주요국 간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교역여건 변화가 국내 경제 각 부문 및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출 경쟁국인 일본 수준으로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전망치인 0.8%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상호관세율이 15%로 낮아질 경우에 대해 “5월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약간 안 좋은 정도로 보인다”며 전망치를 뒤흔들 정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2분기까지의 성장 경로를 보면 다소 낙관적인 전망도 가능하다.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0.6%를 기록했는데, 이는 한은이 지난 5월 예측한 0.5%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내수 측면에서는 정부소비와 민간소비가 성장률에 각각 0.2%포인트씩 이바지하며 고르게 좋은 모습을 나타냈다. 1분기 내수의 기여도(-0.5%포인트)와 비교하면 완만한 회복을 해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현재까지 수출 흐름도 나쁘지 않다. 이달 1∼20일 수출은 361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했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3억3000만 달러로 4.1% 늘었다. 이달 20일까지 조업일수는 15.5일로 작년(16.5일)보다 1일 짧았다. 무역수지는 5억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수출이 탄탄한 모습을 이어가고 내수의 완만한 회복이 계속된다면 0%대 성장률 탈출도 가능할 수 있다. 한은은 하반기 평균 성장률이 0.8% 이상 나온다면 연간 성장률이 1.0%를 기록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당장 8월 1일부터 부과되는 15%의 상호관세는 비용 확대와 생산원가 상승 측면서 중소·중견기업에 부담일 수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것만으로도 투자 환경이 안정됐다고 평가한다”면서도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 이슈는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번 관세 부과로 영향을 받는 기업에 자금을 적기에 공급하고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상 위기 대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한 관세대응 저리지원 특별프로그램, 반도체 설비투자지원 특별프로그램, 기업구조혁신펀드 등 추진에도 속도를 낸다.
최근 정부로부터 ‘기업금융 강화’라는 특명을 받아 든 은행권도 핵심산업 자금 지원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상호관세 여파로 중소기업이 영업·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필요운전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캐피탈 등을 찾게 될 여지가 큰 만큼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분야 대신 기업과 산업의 성장과 같은 생산적 분야에 공급될 수 있도록 자금을 배분하라고 전 업권에 주문한 바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제조업을 영위하는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이들이 경영악화나 부도, 도산에 빠지지 않게 중소·중견·영세·소상공인에 대한 대출한도를 늘리거나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미국과 관세 협의로 당장의 불확실성은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홍태화·김은희·김벼리·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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