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통화스왑, 양국 무역결제에서 위안화 사용비중 높여[조원경의 경제 산업 답사기]
![한국은행과 중국 인민은행이 체결한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은 590억 달러(4000억 위안·약 67조원)이다. 만기는 2025년 10월10일이다. 중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통화스와프 계약 중 홍콩(4000억 위안)과 함께 가장 큰 규모다. 하나은행 직원이 위안화를 세고 있는 모습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8/07/news-p.v1.20250807.4f88cfa98fc2437dacb8526c34c8917d_P1.png)

국가 간의 통화 스와프 협정은 필요할 때 두 나라가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원화와 캐나다 달러를 두 나라 중앙은행이 서로 교환하고 이를 일정기간 활용한 후에 다시 바꾸는 금융계약을 생각해 보자. 이러한 중앙은행 간 통화 스왑은 주로 정책적인 목적으로 활용된다. 외화 유동성 공급, 무역 결제 지원, 환율 및 금리 리스크 관리 등이 주된 정책목표이다. 금융시장에 외화 유동성이 부족할 때를 생각해 보자. 상대국 중앙은행과 통화 스왑 계약을 통해 외화를 확보하여 외화자금 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위기 상황에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통화스왑 논의는 주로 이러한 목적에서 이루어졌다. 통화스왑은 무역 및 투자결제 지원을 위해서도 활용된다. 특정 국가의 통화가 국제적으로 사용되기 어렵거나, 무역 결제 시 외화 필요성이 증가할 경우를 생각해 보자. 통화 스왑을 통해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로 교환해 무역 결제를 원활하게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적절한 분석해 보기로 한다.
브라질-아르헨티나 자국통화 결제 시스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양국 간 무역에서 미국 달러화 대신 상호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 결제 시스템을 추진해 왔다. 이 시스템은 2008년부터 시행되었는데 그 목적은 무역 규모 확대와 달러화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2008년 10월부터 브라질 헤알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로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후, 두 나라의 전체 무역에서 자국 통화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었다. 이후 2013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고 아르헨티나 통화 위기로 2014년 이후 위기를 맞고 유명무실해졌다.
브라질의 아르헨티나 수출 가운데 자국통화 결제분은 2008년 407만 달러, 2009년 1억8천600만 달러, 2010년 4억9천100만 달러, 2011년 6억7천500만 달러, 2012년 9억3천900만 달러, 2013년 10억6천300만 달러였다. 아르헨티나의 브라질 수출에서 자국통화 결제분은 2008년 53만 달러, 2009년 177만 달러, 2010년 366만 달러, 2011년 358만 달러, 2012년 708만 달러, 2013년 432만 달러였다. 두 나라 모두 2014년 20213년 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2016년에 이루어진 아르헨티나에 대한 전체 수출 가운데 헤알화로 무역대금을 결제한 비중은 5%에 그쳤다. 이는 브라질 수출업체들이 달러화 거래를 선호하고 아르헨티나 위기로 자국 통화 결제에 따른 금융비용이 꾸준히 인상된 것이 한몫했다. 브라질 정부는 자국통화 사용 확대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반면,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4년 9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발표하는 미국 달러화 대비 페소화 공식 환율은 달러당 8.4페소 수준이었다. 암시장에서는 달러당 15페소 선에서 거래됐다.
최근에는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남미 지역의 협력 강화를 목표로 하며, 브라질 헤알화와 아르헨티나 페소를 기반으로 하는 무역 통화, 즉 ‘엘 수르(El Sur)’ 도입을 시사하는 등 공동 통화 창설 논의도 진행 중이다. 고립 정책을 택했던 자이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과 달리,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룰라 대통령은 남미국가연합(UNASUR)를 재활성화하여 역내 협력과 무역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브라질 대외무역사무국에 따르면 메르코수르 파트너십의 중요성과 유럽연합( EU) 간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브라질 무역에서 유로와 브라질 레알 사용 비중이 전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브라질 개발은행(BNDES)의 금융 지원을 통해, 아르헨티나 및 파라과이와의 무역에서 브라질 레알화 사용 비중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브라질이 EU의 주요 수출 시장 중 하나라, 양자 간 무역 거래도 유로화로 진행되고 있다. 브라질의 연간 대외 무역 규모는 약 6,400억 달러로, 약 95%의 무역 거래가 미국 달러로 이루어지는데 그 규모를 줄이려는 것이 룰라 대통령의 바람이다.

미국 달러스테이블 코인 확대와 글로벌 사우스의 딜레마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탈달러화를 추진해 온 브릭스(BRICS) 국가들과 금융 포용성 확대를 갈망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에게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에게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기회인 동시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지니어스법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주도하는 브릭스의 탈달러화 노력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다.
브릭스는 회원국 간 무역에서 자국 통화 사용을 확대하고, 원자재 기반의 공동 결제 시스템이나 통화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공인을 받아 규제되고, 유동성이 풍부하며, 전 세계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달러’의 등장은 이러한 노력의 매력을 크게 반감시킨다. 기업과 개인들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굳이 비효율적이고 복잡한 자국 통화 기반 결제 시스템을 고수할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 넓은 글로벌 사우스 개발도상국들에게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양날의 검이다. 이들 국가의 개인과 기업에게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강력한 금융 도구가 될 수 있다. 자국 통화의 가치가 급락하는 초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을 제공하며,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현지 은행 시스템을 우회하여 빠르고 저렴하게 해외 송금 및 국제 결제를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스테이블코인 사용량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며, 이는 주로 자국 통화 약세의 시기에 달러 수요를 충족시키는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광범위한 채택은 이들 국가에서 소위 ‘디지털 달러라이제이션(digital dollarization)’ 현상을 가속화한다. 이는 국가의 통화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자국 내 저축과 거래의 상당 부분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루어지면, 중앙은행은 이자율 조정을 통한 통화정책의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다. 또한, 금융 위기 시 통제 불가능한 대규모 자본 유출의 통로가 되어 경제 안정을 위협하고, 미국 통화정책의 변동에 자국 경제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종속적 상황을 심화시킨다. 이러한 딜레마는 미국에 새로운 형태의 ‘소프트 파워’를 부여한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탈달러화를 외치며 정치적 수사를 동원하는 동안, 그 나라의 국민과 기업들은 실용적인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채택한다. 이는 미국 달러가 정부 간의 관계를 우회하여, 해당 국가의 풀뿌리 경제 주체들과 직접적인 경제적, 이념적 연결고리를 형성하게 만듦을 의미한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 결제를 늘리려고 애쓰고 있지만,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에 밀려 결제 비중이 세계 4위에 머물고 있다. 2024년 11월 일본 엔화를 밀어내고 5위에서 한 단계 상승한 것이다. 글로벌 전체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의 결제 비중은 5%에 육박 중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국제결제 통화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 후반을 유지했다. 한국과 중국 간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도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출입에서 위안화 결제액은 약 11%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 원-위안화 직거래 확대, 기업의 비용 절감 효과, 글로벌 위안화 결제 비중 증가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여 제품을 다시 중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의 경우, 위안화로 결제하면 달러 결제보다 거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위안화 결제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요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결제를 강조할 정도다. 이 과정에서 통화스왑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몽골 등과 통화 스왑 라인을 개설하거나 갱신했다. 이들 나라는 중국이 원하는 상품을 생산하는 국가로, 중국은 2022년부터 라오스,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브라질, 세르비아 등에 새롭게 위안화 청산은행을 설립했다. 이밖에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과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최근 공개된 워킹페이퍼 “중앙은행 통화스왑과 무역에서의 결제통화 선택: 은행의 위험 관리 채널을 중심으로”의 초록을 보자. 이는 양 지아오, 권오현, 이사야, 샹진 웨이 등의 경제학자들이 공동으로 저술한 논문인데, 중앙은행의 통화스왑이 국제무역에서 자국 통화의 국제적 사용을 어떻게 촉진하는지 은행의 리스크 관리 채널을 통해 보여준다.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과 중국 간의 통화스왑 체결은 한국 수출업체들 사이에서 위안화 사용 비중의 증가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반대로 한국과 일본 간의 통화스왑 만료는 일본 엔화 사용 비중의 감소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의 은행들이 위안화 예금에 대해 금리를 인상한 반면, 엔화 예금에 대해서는 금리를 인하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주거래 은행이 중국에 대해 사전적으로 더 많은 익스포저를 가지고 있던 수출기업일수록, 위안화 사용 증가 폭이 더 컸다고 한다. 달러스테이블 코인의 확대와 향후 위안화 국제간에 어떤 국제적 파장이 다가올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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