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70억 예산 편성 무색”…농가 면세유 보조금 한 푼도 지원 안해

국회, 예산 증액…농식품부 2022년 유가 기준 적용

농가 영농광열비 지수 여전히 높아

시설 농가. 이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시설 농가. 이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국회가 농가를 돕기 위해 지난해 본예산에 편성한 ‘시설농가 면세유 유가연동보조금’ 예산 70억원이 단 한 푼도 집행되지 않고 전액 불용 처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보조금 지급 기준을 2년 전인 2022년 기름값에 맞춰 적용하면서다. 정부가 ‘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예산을 집행하지 않으면서 정책 효과를 상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7일 농림축신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농가의 에너지 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 편성한 ‘시설농가 면세유 유가연동보조금’ 예산은 69억7200만원에 달한다. 해당 사업은 농식품부가 요구한 것이 아닌 국회가 예산편성심의 과정에서 증액해 편성한 것이다. 국회는 지난 2022년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농가 피해가 컸던 탓에 해당 예산을 예비비로 긴급 집행한 것을 감안했다.

이 사업은 온실농가에 지급되는 난방용 면세유(경유·등유)의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를 경우 정부가 일부를 보전해주는 것이다. 2022년 농식품부는 리터(ℓ)당 경유 1364.75원, 등유 1301.9원 이상일 경우 각각 리터당 173.1원, 150.1원의 정액 보조금을 지급한 바 있다.

그러나 2024년 평균 면세유 가격은 경유는 리터(ℓ)당 1182.7원, 등유는 리터당 1168.8원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던 2022년 당시보다 낮았다. 지급 조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면서 사업은 단 한 건도 집행되지 못한 채 예산만 남겨졌고 전액 불용 처리된 셈이다.

하지만 통계청 농가구입가격지수 현황 지표를 보면 2024년 영농광열비 지수는 170.4로 2023년(173.7)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2020년(100.0)과 비교하면 여전히 70% 이상 높았다. 영농광열비 지수는 농가가 지불하는 난방유·전기 등 에너지 비용의 상대적 수준을 나타내는 것으로 농가가 실제 부담하는 에너지 비용 수준을 반영하는 물가지표다.

특히 전체 시설채소 온실 면적(1만8744ha) 중 약 80%에 해당하는 1만4296ha가 유류난방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4월 첫 추가경정예산에 시설농가 면세유 유가 연동보조금으로 118억9300만원을 반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면세등유는 면세경유보다 열효율이 낮아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어 농가의 부담은 더욱 크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2022년의 유가 기준을 고수해 지난해 예산을 집행하지 않은 것은, 실질적인 농가 지원이라는 정책 목적을 외면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더해 국회가 유사시 농가를 보호할 최소한의 ‘방화벽’ 역할을 기대하고 편성한 예산을 정부가 무력화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회가 정책적 판단을 반영해 증액한 예산임에도, 정부가 과거의 지급 기준만을 고수한 것은 유연성을 결여한 예산 집행 사례”라며 “면세유 가격이 기준선에 미달했더라도 농가의 난방비 부담은 존재했으며, 보다 탄력적인 운용이나 대체 지원 방식이 가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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