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스테이블코인, 자금세탁 방지 ‘AML 준수 점수제’ 도입을”

신현성 BIS 조사국장의 연구 논문

“범죄자 선호 암호자산 문제인식

  불법행위 방지 대책 마련 필요”

“2022년부터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을 제치고 범죄자들이 선호하는 암호자산이 됐습니다. 2024년엔 전체 불법 거래의 약 63%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과 금융시장의 미래’ 공동 심포지엄에서 신관호 한국금융학회장은 같은 날 공개된 신현성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의 연구논문 ‘암호자산에 대한 자금세탁방지(AML) 준수 접근법’을 대신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신 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건전성 강화와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해당 연구의 문제의식”이라고 설명했다.

AML은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을 합법적인 자금으로 위장하는 행위를 적발·예방하는 제도다. 주로 은행 등 규제 대상 금융기관에서 적용되는데 탈중앙화 특성을 지닌 암호화폐는 이를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신 국장은 논문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등 기존 금융 시스템과 연결된 지점에서는 고객 확인이 가능하지만, 비보관형 지갑(unhosted wallet)으로 자산이 이동하면 전통적 개입 수단이 작동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 연루 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당국 요청에 따라 잔액을 동결한 사례도 있지만, 일상적 대규모 거래 전체를 이런 방식으로 통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해법으로 ‘AML 준수 점수제(compliance score)’ 도입을 제안했다. 특정 암호자산이 불법 활동과 연계됐을 가능성을 점수화해 법정화폐로 전환되는 오프램프(off-ramps) 과정에서 참고함으로써 불법자금 유입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의 거래 기록에는 거래 단위와 잔액 출처 등이 공개돼 있어 이를 분석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허용 목록(allow-list)에 포함된 지갑에서 온 ‘청정’ 자금에는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차단 목록(deny-list)에 포함된 불법 주소와 연관된 ‘오염’ 자금에는 낮은 점수를 주는 것이다. 각국의 금융당국은 자국 규제 환경에 맞춰 점수 기준치를 설정하고 기준 미달 시 오프램프 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은행이 가상자산을 현금화할 때 최소 AML 점수를 요구함으로써 불법 자금이 전통 금융 시스템에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이 국경을 넘어 이뤄지는 만큼 범죄 지갑 식별을 위한 국제 공조와 정부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국가별 규제가 다르더라도 향후 규제 발전 단계에서 국제 협력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신 회장은 “점수제가 도입되면 가상자산 지갑의 오염 정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져 ‘단일성(singleness)’ 원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의 단일성은 경제 내 모든 형태의 돈(현금·디지털화폐 등)이 항상 동일한 가치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정호원 기자

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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