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6월 말 ‘추정손실’ 6816억…전년比 8.9%↑‘코로나19 확산’ 2020년 이후 규모 가장 커“내수 경기 위축에 매출 감소로 연체도 증가”기업대출 연체율 0.77%…중기 대출 0.95%‘생산적 금융’ 요구하는 정부…건전성 딜레마


4대 시중은행 본점 모습. [각 은행 제공]
4대 시중은행 본점 모습. [각 은행 제공]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올해 상반기 말 4대 시중은행의 ‘회수 포기’ 대출 규모가 5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부진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추정손실’ 잔액 규모는 총 6816억원에 달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추정손실액이 237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신한은행 2312억원, 하나은행 118억원, 우리은행 95억원 등 순이다

1년 전 같은 시점(6258억원)보다 8.9%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 확산한 2020년(7797억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은행권에서는 대출의 건전성을 5단계로 분류한다. 연체 기간을 기준으로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그리고 추정손실 등 순으로 나눈다. 이중 추정손실은 12개월 넘게 연체된 여신을 말한다. 사실상 손해가 확정됐다기 때문에 돌려받을 수 없다고 은행에서 판단한 채권이다.

추정손실 규모는 2020년 이후 계속 줄다가 2023년 4427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지난해부터 다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추정손실 규모가 급증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경기 부진이 꼽힌다. 부진한 경기 상황이 이어지자 소비 심리가 악화했고,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의 대출 연체가 급증했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수 경기 위축으로 인한 매출감소와 자금 흐름 악화가 연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연체가 장기화한 대출의 증가로 인해 고정이하여신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77%로 지난해 5월(0.58%)보다 0.19%포인트 올랐다. 전월(0.68%)과 비교해도 0.0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5%로 대기업대출 연체율(0.15%)보다 6배 넘게 높았다. 중소기업대출 중에서도 중소법인 연체율이 1.03%로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0.82%)보다 높았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그룹 전체로 봐도 4대 그룹의 6월 말 기준 추정손실 규모는 총 2조749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점(2조1981억원)보다 25.1%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은행권의 손실 부담은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가계대출 규제에 더해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치솟는 연체율에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여신 확대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기업대출 확대는 필요하지만 연체율 상승과 충당금 부담이 커져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규제대로는 우량 기업이나 정책금융 연계 대출 위주로 조심스럽게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에서 건전성 규제 완화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주요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위험가중자산(RWA)에서 기업대출의 위험가중치는 주택담보대출보다 높기 때문에 같은 금액을 대출하더라도 자본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이런 점에 공감해 위험가중자산 산정 방식을 개편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동시에 정책 펀드나 벤처투자 등 생산적 금융 부문의 가중치는 낮추는 방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시대 여건에 맞지 않는 위험가중치 등 건전성 규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업권별 규제를 조속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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