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내년 ‘현물급부형’ 시범사업보험사 서비스형 보험특약 도입 예정재가 돌봄 서비스까지 확장 기회 열어“제도 지원 뒷받침해야 혁신 가능해”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보험료는 약 490만원(2022년·보험개발원). 매달 성실하게 내는 돈을 더 값지게 쓰기 위해.‘이’왕 낸 ‘보’험료를 ‘소’중한 우리 인생에.
![내년 초부터 사망보험금을 요양시설 이용권이나 방문 돌봄 서비스 등으로 직접 받을 수 있게 된다. 급증하는 재가 돌봄 수요와 맞물려 민간 보험사의 서비스 영역이 기존 시설 중심에서 가정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7/30/news-p.v1.20250730.625742c8fc534f8b80443a9ee5495fa6_P1.jpg)
70대 노부모를 모시는 40대 김태형(가명) 씨는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위해 간병을 해야 했는데, 커지는 부담 속에 다른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사설 요양시설 이용료는 부담스럽고, 장기요양 등급도 아직 나오지 않아 공적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이때 내년부터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을 생전 요양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졌다.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지난해 처음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앞으로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으로 요양서비스를 받는 길이 열린다. 금융당국은 내년 초 사망보험금을 미리 받아 요양시설이나 재가 돌봄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는 ‘현물급부형(서비스형)’ 시범사업을 도입한다.
김태형 씨 부모와 같이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후 소득인 사망보험금을 유동화해 생전 요양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보험사들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특약 마련에 나섰고, 앞으로는 노후 시대에 대비해 요양 상품을 직접 고르는 맞춤형 서비스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내년 3월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으로 재가 서비스 확대가 본격화하는데, 그간 시설 중심에 머물렀던 민간 보험사의 서비스 영역도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명보험 업계는 금융당국의 사망보험금 유동화 방안에 발맞춰 올해 현금형(연금형) 특약 출시에 이어, 내년 초 서비스형 보험 특약을 시범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대형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종신보험에 들어갈 서비스형 특약과 전산 작업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비스형 특약 시범사업은 현행법 테두리 안이라면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다”면서 “시범 사업 이후 추가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정부의 공적 돌봄 체계와 연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보험사들이 하나의 돌봄 서비스 제공자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망보험금, 이젠 살아있을 때 요양비로…현금·서비스형 특약 선택 가능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종신보험 가입자가 사망보험금을 미리 받아 노후 생활비나 돌봄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해 국내 노인 빈곤율(65세 이상 중위소득 50%↓)은 39.2%로, 경제협력개발국(OECD) 내 하위 수준이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12만2000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노후소득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런 대비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이번 제도 개선이 마련됐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위해서는 ▷금리확정형 종신보험(변액·금리연동형 제외) ▷계약기간 10년 이상 ▷보험료 납입기간 5년 이상 또는 완납 상태 ▷동일한 계약자와 피보험자 ▷만 65세 이상 신청 ▷보험계약 대출 미보유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한 뒤 연금형을 선택하면 최소한 본인이 낸 보험료를 웃도는 금액(100% 초과~200% 내외)을 매월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매년 보험계약의 이행을 위해 준비하는 책임준비금의 일정 부분을 자동 감액해 지급하기 때문에 추가로 발생할 사업비는 없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나이 40세에 사망보험금에 가입해 매월 15만1000원씩 보험료를 20년간 총 3624만원을 낸 1억원 계약 보유 소비자가 있다. 이 소비자는 20년, 70% 유동화를 선택하면 낸 보험료의 121%(총 4370만원·월평균 18만원·65세 시작)에서 159%(5763만원·월평균 24만원·80세 시작)의 금액을 받을 수 있다. 또한 3000만원의 잔존 사망보험금도 받을 수 있다. 수령 기간과 비율은 나에게 맞는 비율로 선택할 수 있다. 이렇듯 매월 연금처럼 나눠서 받을 수 있는 현금형 특약이 올해 먼저 도입된다.
내년 도입될 서비스형은 이처럼 현금이 아닌, 돌봄 서비스 형태로 제공받는 것이 특징이다.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는 보험사가 제휴한 요양시설이나 건강관리 서비스 중 필요한 것을 골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요양시설 1개월, 건강관리 3개월 이용권과 같이 월 이용료를 현금으로 내지 않고 유동화한 보험금으로 대신 낼 수 있는 것이다.

보험사 민간 돌봄 서비스, 시설 넘어 집으로…재가 서비스 진출 신호탄
특히 이런 서비스형 특약이 등장하면 그간 시설 중심에 머물렀던 민간 보험업계 돌봄 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보험사들은 부수(요양)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없어 자회사 형태로 운영 중이지만, 향후 서비스형 특약 도입으로 재가 돌봄(살고 있는 집에서 요양)까지 확장 기회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사들의 요양 서비스 진출은 KB골든라이프케어나 신한라이프케어에서 운영하는 대형 요양시설에 국한됐다. 재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해도 영세 사업자 중심의 시장 탓에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고, 수가·임차 제한 등으로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민간 보험 상품도 재가 보장 한도가 소액이거나, 장기요양등급 인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돌봄 지원이 필요한데도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13만명에 달하고, 급속한 고령화를 고려할 땐 돌봄 지원이 필요한 고령층은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가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 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부담 기준으로 재가급여는 62.6%, 시설급여는 37.3%를 차지하는 등 집에서의 돌봄이 대세를 이뤘다. 집에서 다양한 재가 서비스를 한 번에 맞춤형으로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통합재가급여의 경우 같은 기간 74.2% 급증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에서도 지자체 중심으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 제공해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통합돌봄지원법을 통과시켰고, 내년 3월 시행된다. 금융당국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민간 보험사들이 종합 돌봄 서비스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재가 서비스는 방문 요양, 방문 목욕 등 6가지 유형에 그치고 있어 온전한 재가 생활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민간 보험사 같은 영향력 있는 사업자가 진입하면 서비스 다양화와 질적 개선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변화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서비스 유형 확대, 비급여 항목 다양화 등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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