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 세제개편 또 ‘양두구육’…박근혜와 이재명 정부 비교해보니[홍길용의 화식열전]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영공(齊 靈公)의 애첩이 남장을 즐겼다. 궁에서 즐기니 유행이 됐다. 남녀 구분이 어려워져 나라에서 금했지만 유행은 계속됐다. 영공이 이유를 묻자 재상 안영(晏嬰)이 답한다.
“궁중 여인에는 허용하고 민간에만 금지하니 ‘문밖에는 소머리를 걸어두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猶懸牛首于門而賣馬肉于內也).
원전인 안자춘추(晏子春秋)에서는 ‘우수마육’이었는데 송나라 때 ‘양두구육(羊頭狗肉)’으로 바뀐다.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새 정부가 내건 ‘코스피 5000’ 슬로건을 현실화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불만이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혹평을 내놓을 정도다. 왜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일까?
일반투자자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 없어…2014년 보다 못해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증시 관련은 크게 3가지다. 배당소득세 분리 과세와 대주주 비과세 기준 강화, 증권거래세 인상이다. 증권거래세 인상은 금융투자소득과세가 백지화된 데 따른 조치여서 이렇다 할 반대 여론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일반투자자를 중심으로 가장 큰 목소리가 나온 것은 대주주 비과세 기준 강화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혜택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소득세법상 배당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면 종합과세 대상이어서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고 45%의 누진세율(지방세 제외)이 적용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고배당기업의 배당소득은 2000만원이 넘어도 3억원까지는 20%, 3억원 초과시에는 35%의 분리과세를 2026~2028년까지 한시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일단 ‘고배당기업’ 요건이 까다롭다. 전년 대비 현금배당이 감소하지 않은 △배당성향 40%이상 또는 △배당성향 25%이상 및 직전 3년 평균 대비 5%이상 배당 증가 기업이다.
고배당기업 배당에 대한 분리과세 혜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때(2014년)에도 일정 기준의 고배당기업 배당에 세제 혜택을 줬다. 당시에는 배당소득 원천징수율을 14%에서 9%로 낮추고,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 합산 대신 분리과세로 25%의 세율을 적용했다. 소득세법 개정이 아니라 조세특례제한법에 해당 규정을 신설해 시행됐고 2015~2017년 3년간만 적용됐다. 일종의 ‘땜질’이었던 셈이다. 박근혜 정부 때와 비교하면 이번 세제개편안의 분리과세는 같은 ‘땜질’이지만 2000만원 이하에는 혜택이 전혀 없다. 2000만원 이상 3억원까지 분리과세 세율은 5%포인트가 낮지만, 3억원 초과 분에 대해서는 10%포인트 높다.
기재부, 3년 한시 ‘일방추진’…여론 지지 받은 의원입법 백지화
종합하면 2000만원 이하 배당소득이 대부분인 중산층 이하 일반 투자자들의 혜택은 전혀 없고, 3억원 이상 배당을 받을 수 있는 대주주들의 혜택 역시 없다. 배당을 결정할 이들도 더 배당을 받을 이유가 없고, 배당을 더 받고 싶은 개미투자자들도 이렇다 할 혜택이 없다는 뜻이다. 배당소득 2000만원~3억원 구간의 ‘상당한 부자’ 투자자들이 그나마 세율 인하로 수혜를 누리게 된다.
지난 6일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수의 소액주주들이 배당을 많이 받아 소득이 늘어나고, 주식시장 활성화가 이뤄지는 것도 정부로선 추진해야 될 과제다”라고 말했다. 세법개정안과는 거리가 전혀 다른 얘기다.
애초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상장법인으로부터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에서 분리하여 별도의 세율(2000만원 이하인 경우 100분의 14, 2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인 경우 100분의 20, 3억원 초과인 경우 100분의 25)을 적용하자는 법안을 제출했다. 조특법이 아닌 소득세법을 개정해 한시적이 아닌 항구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었다. 2000만원 이하 배당소득자의 실질 혜택은 적지만 2000만원 초과 분에 대한 세율이 낮아 시장이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한 법안이었다. 하지만 이 의원의 안은 기재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사실상 백지화됐다.
세제 혜택은 법 개정 사항이지만 정권 초이고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워낙 강력해 정부의 힘에 의원의 입법권이 밀린 셈이다. 한시 법안이면 세수에 영향이 적다. 정부 살림을 맡은 기재부가 늘 추구하는 방향이다. 여당 법안을 믿고 양고기를 소머리 고기를 기대했던 시장 관계자들은 결국 말고기를 받게 된 셈이다.
주주통한 배당압박 유인 줄어…상법 개정 의미 퇴색
더 심각한 문제는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규제를 통해 강제했다는 데 있다. 박근혜 정부는 ‘배당 덜 하면 세금 더 내라’며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시행했지만 배당은 거의 늘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은 게 상법 개정안이다. 일반주주들이 배당을 포함한 주주 환원 확대를 꾀할 수 있는 기반이다. 배당소득 2000만원 이하인 대다수 투자자들이나 배당소득이 종합과세 문턱인 2000만원 언저리인 투자자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배당 확대를 요구해야 상법 개정의 의미가 커진다. 2000만원 이하 배당을 받는 이들과 배당수익 2000만원 언저리인 투자자들의 혜택이 적으면 경영진에 배당 압박을 가하기 어렵다. 상법 개정 효과도 퇴색되기 쉽다.
심지어 배당소득 분리 과세의 문제는 오히려 시장 영향이 더 적은 대주주 비과세 기준 논란에 덮여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도 못했다.
엉뚱한 대주주 비과세 논란…특수관계인 합산 배제 간과
지난 1일 코스피가 2025년 들어 두 번째로 최악인 하루를 겪자 상당수의 미디어는 물론 일부 전문가들도 기획재정부의 세제 개편안 가운데 대주주 비과세 기준 환원을 거론했다. 그런데 이날 수급을 보면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가 뚜렷했다. 기관은 전일에도 1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오히려 1조6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이날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우리나라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로 완전 비과세였던 미국과의 무역 조건이 주요 경쟁국인 유럽연합(EU)이나 일본과 같아졌다. 외국인과 기관은 차익실현, 개인은 저가 매수에 나섰을 가능성을 키운다. 외국인들은 5월부터 한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상법 개정 등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기대가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외국인은 이후 매월 말마다 한 차례씩 프로그램 비(非)차익거래 형태로 한국 주식을 내다팔았다.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는 포트폴리오 조정(rebalancing)이 이뤄질 때 주로 나타난다. 알고리즘 매매를 자극해 시장 변동폭을 키우는 효과도 수반된다. 지난 1일 코스피 수급을 보면 배당이나 증권거래세와 관련된 은행이나 증권주 보다는 제조업 매도세가 훨씬 더 강했다.
연말 주가 하락 원인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이 배당락이다. 배당소득에는 과세가 되지만 대주주가 아니라면 주식양도차액은 비과세다. 연말에 세금 때문에 주식을 팔아야 하는 투자자는 배당소득이 종합소득과세 대상인 2000만원에 걸치는 경우와 소득세법 상 ‘대주주’여서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이 되는 경우다. 전자와 후자가 연말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과학적으로 정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현행 대주주 기준은 단일종목 지분율이 1%(코스피 기준, 코스닥 2%, 코넥스는 4%)이거나 보유 금액이 50억원 이상인 투자자다. 최대주주이거나 장기투자자일 가능성이 크다. 과세를 피하려 보유주식을 팔더라도 ‘대주주 기준’을 벗어날 수준에 그칠 확률이 높다. 양도세 회피를 위한 매매가 연말 증시의 방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추정하기 쉽지 않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세제개편안 자료를 보면 소득세법 시행령 157조 1항과 2항이 개정대상이다. 기존 법령의 ‘10억’을 ‘50억’으로 바꾸는 게 전부다. 지난해 말 이뤄진 개정에서는 단일 종목 보유액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올리면서 기준을 ‘해당 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합’에서 ‘해당 주주’로 바꿨다. 가족 5명이 각각 5억원씩 총 25억원 어치를 보유했다면 지난 해 말 개정 이전에는 과세 대상이었지만 이후에는 비과세가 됐다. 이번 개정에서는 특수관계인 합산 여부에 대한 손질은 이뤄지지 않았다. 5억원씩 25억원을 가진 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은 이번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엄밀히 ‘절반’의 환원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증시 폭락의 원인이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대주주 범위 확대라는 분석에 힘을 실어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대통령실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하루이틀 주가 변동만으로 개편안을 다시 손보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대주주 기준 변경은 국무회의에서 시행령만 개정하면 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법 개정 사항으로 입법부 소관이지만 민주당이 대통령실이나 정부 뜻을 거스를 것 같지는 않다. 정부 세제개편안의 문제가 쉽게 바로 잡히지는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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