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년 묵힌 적금 깨고 ‘투자형 보험’ 샀어요”…82% 급증한 이유 있었네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1.2조…전년 대비 82.2%↑

장기·분산투자로 안정적 수익 노리는 투자형 보험

“사업비·수익률·사후관리 봐야” 활용법 숙지 필요

정부의 증시 부양책과 코스피 반등세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변액보험 초회보험료가 1년 새 82.2% 늘었다. 장기·분산투자와 보장을 동시에 제공하는 투자형 보험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정부의 증시 부양책과 코스피 반등세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변액보험 초회보험료가 1년 새 82.2% 늘었다. 장기·분산투자와 보장을 동시에 제공하는 투자형 보험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 올해 초 50대 직장인 김 모씨는 5년째 묵혀뒀던 적금을 해지하고 변액보험에 가입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예금 금리는 갈수록 내려가는 반면, 증시는 살아나고 있어서다. 보험료 일부를 펀드에 투자하는 변액보험으로 ‘보험과 투자’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자는 판단이었다.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언하며 한국 증시가 연일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지수가 3200선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투자 열기는 여전하다. 여기에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장기 투자와 자산 분산이 가능한 변액보험이 주요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투자심리 회복·증시 훈풍에 변액보험 ‘활황’

9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22곳 생명보험회사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1조25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870억원)보다 82.2% 급증했다. 초회보험료는 신계약 고객의 첫 보험료 납입액으로, 보험시장 신규 유입과 판매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특히 변액보험 시장 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KB라이프·미래에셋생명·하나생명 3개사의 평균 성장률은 102.4%를 기록해 시장 성장세를 견인했다. 같은 기간 종신보험 등을 포함한 일반 생명보험 초회보험료가 역성장(-2.7%)한 것과는 대비된다.

변액보험 투자가 빠르게 늘어난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증시 부양 정책과 코스피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언했고, 상법 개정 등 기업 지배구조 개편, MSCI 선진국 편입을 향한 시장 접근성 개선 정책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에 지난해 내림세를 면치 못했던 국내 주식시장은 올해 반등세로 돌아섰고, 코스피는 상반기 중 27% 상승하며 26년 만에 최고 반등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3200선을 돌파한 뒤로 세제개편안 파장 속에 투자 심리가 소폭 위축되기도 했으나, 글로벌 투자사인 노무라금융투자 등은 1년 이내 ‘4000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왜 변액보험인데? “보험과 투자를 한 번에”

변액보험은 보험료 중 저축보험료를 분리해 별도 계정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고, 그 운용 성과에 따라 해지환급금이나 연금액이 달라지는 ‘투자형 보험상품’이다. 사망·질병 등의 보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이른바 ‘보험·투자 결합형’ 구조다. 일반 펀드와 달리 기본적으로 보험 상품이기 때문에 사망, 연금, 질병 등 보장 기능을 함께 제공하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상품 형태는 목적과 보장 기간에 따라 다양하다.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둔 ‘변액연금보험’, 평생 보장을 유지하면서 적립금 운용 성과에 따라 사망보험금과 해지환급금이 달라지는 ‘변액종신보험’, 특정 기간만 보장을 제공하는 ‘변액정기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종신·연금·정기보험의 특징을 혼합한 하이브리드형 상품이나, 체증형 보장 구조를 적용해 초기 보장을 낮추고 적립금을 빠르게 쌓는 형태 등도 등장하고 있다.

장점으로는 장기 투자 시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복리 효과와, 주식·채권·부동산펀드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꼽힌다.

특히 최근처럼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예·적금 금리가 하락하고, 정부의 증시 부양책과 코스피 반등세로 투자 심리가 살아나는 상황에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증시 활황기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동시에, 장기 운용으로 단기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 또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비과세 또는 과세이연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절세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가입 전 확인하세요” 체크리스트 다섯 가지

다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변액보험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고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변동할 수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고, 중도 해지 시 손실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펀드 성과가 부진하면 해지환급금이 납입 보험료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런 특성을 이해한 뒤 가입하려면 다음과 같은 포인트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먼저 상품 구조와 사업비 수준을 확인해야 한다. 사업비가 낮을수록 초기 적립금이 빠르게 쌓여 장기 수익률 제고에 유리하다. 특히 변액보험은 장기투자가 기본이기 때문에 초기 적립금 규모가 이후 수익의 기반이 된다. 사업비가 많이 들면 복리 효과가 약해지고, 불가피하게 조기 해약하더라도 환급률이 떨어져 손실이 커질 수 있다.

과거 펀드 운용 성과도 살펴야 한다. 개별 펀드 성과보다 회사 전체 펀드의 ‘가중평균 수익률’을 확인하는 것이 객관적이다. 펀드 규모와 성과를 함께 반영한 지표로, 해당 보험사의 전반적인 자산 운용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분산투자 가능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장기상품일수록 위험 관리가 필수다. 해외 주식·채권·대체자산 등에 고르게 투자할 수 있는 펀드 라인업과 실제 운용 비중을 확인해야 한다. 글로벌 투자 비중이 작으면 분산 효과가 떨어져 시장 변동성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펀드 변경(스위칭) 조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장 상황이 변하면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때 펀드 변경이 가능한 횟수, 수수료 부과 여부, 절차 등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변경이 자유로운 상품일수록 장기 운용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후 관리 체계가 갖춰져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변액보험은 가입 이후에도 펀드 성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 시 포트폴리오 조정을 제안받을 수 있는 관리 체계가 중요하다. 분기별 운용 전략 보고서, 모델 포트폴리오 제안, 자산관리 전문가의 일임형 운용 등 사후 지원이 잘 갖춰져 있는 상품일수록 장기 수익률 유지에 유리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 투자와 자산 분산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변액보험은 충분히 매력적인 상품”이라며 “사업비와 평균 수익률, 글로벌 분산 구조, 사후관리 체계를 고려해 가입하면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입 전 핵심 지표를 꼼꼼히 따지고, 10년 이상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psj@heraldcorp.com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