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년 반간 ‘산재 은폐’ 23만건…건보 재정 328억 샜다

사업주 불이익 회피 목적…피해 근로자 보상 축소·건보 재정누수

3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예방 태스크포스(TF)와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최근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3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예방 태스크포스(TF)와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최근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산업재해를 건강보험 진료로 둔갑시킨 ‘산재 은폐’ 사례가 지난 5년 반 동안 23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근로자는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으로 치료받아 제도상 보장을 온전히 받지 못했고, 국민건강보험 재정까지 소모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적발된 산재 은폐·미신고 건수는 총 23만6512건에 달했다. 연평균 4만3000건 규모로, 이로 인해 부당하게 지급된 건강보험 진료비는 328억원에 이른다.

실제 한 근로자는 차량 적재 작업 중 추락해 27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산재 처리를 하지 않고 건강보험으로 3000만원의 치료비를 부담했다.

현행 제도상 업무 중 부상이나 질병은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비와 휴업급여 등을 지급받는다. 건강보험과의 중복 보장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사업주는 행정·사법적 제재나 산재보험료 할증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산재를 신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피해 근로자는 치료비 전액과 휴업급여 등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으며, 건강보험 재정까지 불필요하게 사용된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급여 청구 건 중 산재 의심 사례를 선별해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은폐·미신고를 적발한다. 적발 시 산재보험으로 전환 처리하고, 이미 지급된 건강보험 진료비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환수한다.

김선민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엄벌을 지시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산재 사고를 감추는 관행이 만연하다”며 “자료 연계에 의존한 사후 적발 외에, 진료 단계에서 산재와 건강보험을 즉시 구분하는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퍈, 지난 2018년 서울대 연구에 따르면 산재 은폐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는 연간 최소 277억원에서 최대 321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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