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저력에 최대 흑자에도…“하반기 관세로 수출에 부정적 영향”
역대 최대 경상수지 흑자 견인한 K-반도체
AI 호황에도 관세 리스크에 불안한 하반기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6월 경상수지가 역대 최대 흑자 폭을 기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100% 품목 관세를 예고하면서 하반기 수출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 내 모습 [삼성전자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8/07/news-p.v1.20241130.21ff82717b76437a998f077ed6654ba1_P1.jpg)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6월 경상수지가 월간 기준 역대 최대 흑자 폭을 기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반도체 수출이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수요 폭발에 고사양 칩 주문이 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아 경상수지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당분간 AI 시장 성장세에 반도체 수출 호조세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여전히 관세라는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을 포함 세계 68개국 및 유럽연합(EU)에 대한 상호관세가 한국시각 7일 오후 1시1분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한 100% 품목 관세까지 선언해 경상수지 흑자 최대 동력인 반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서 통관 기준 수출(603억7000만달러)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3% 늘었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의 호조가 주요한 원인이었다. 컴퓨터주변기기(13.6%)와 반도체(11.3%)는 모두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상품수지 증가세를 이끌었다. 의약품(51.8%) 등 비(非) IT 품목 수출 증가세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반도체는 6월까지 누적 수출액이 741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666억7000만달러 대비 74억3000만달러나 증가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기본적으로 고사양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견조하기 때문에 호조로 나타나고 있다”며 “경상수지가 26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품 수출이 증가한 가운데 배당 수익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경기는 AI 반도체 수요 등으로 예전 호황기 때보다 길게 나갈 것이라고 보고 있기에 호조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승용차(-0.3%) 수출도 감소세가 둔화하면서 부진에서 탈출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신 국장은 “자동차 수출 감소는 지난해 수출이 굉장히 좋았던 기저효과”라며 “7월에는 자동차 업계 내 휴가 시즌으로 생산이 감소해 일부 수출이 줄었지만 이는 기계적 감소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수출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6월 상품수지 흑자(131억6000만달러) 규모는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을 기록했고, 경상수지는 142억7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7월 경상수지도 좋은 흐름이 예상됐다. 신 국장은 “7월 무역수지가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경상수지도 큰 폭 흑자가 나타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수출 호황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7월까지는 관세 여파가 본격화하지 않았으나 8월부터는 본격적인 충격이 예정돼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반도체에 약 10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chips)와 반도체(semiconductors)”가 부과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중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제품이어서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달러(약 14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명목상으로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7.5%로, 중국(32.8%)이나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는 낮지만 조립·가공 등의 이유로 대만 등 다른 국가를 거쳐 미국에 수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의 구체적인 부과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처럼 이날부터 발효되는 15%의 상호관세와 더불어 반도체를 직접 겨냥한 품목별 관세까지 겹치게 되면 반도체 수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경상수지 흑자를 이끌어온 동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신 국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지금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반도체 수출은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선수요 효과가 있었다”며 “선수요 효과가 어느 정도 있는지는 정확하게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하반기에는 관세 영향을 받으면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신 국장은 하반기 수출 호조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좀 더 무게를 뒀다. AI 발전에 따른 수요가 탄탄하고 관세 영향은 경쟁국과 함께 받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적다는 논리다.
그는 “많은 뉴스가 있는 것을 알고 있으나, 반도체는 최고 수준의 혜택을 받기로 합의가 됐다”며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