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래 묵힌 변액보험, 수익률 급등했는데…해지해, 말아? [이보소]

수익률만 보고 해지? 세금·보장 손실 위험

상품 종류·가입 시기·연금 방식 점검해봐야

10년 넘은 계약, 연금 전환·펀드 변경 가능

단순 수익률 비교 금물…가입 목적부터 확인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보험료는 약 490만원(2022년·보험개발원). 매달 성실하게 내는 돈을 더 값지게 쓰기 위해.‘이’왕 낸 ‘보’험료를 ‘소’중한 우리 인생에.

하유경(59) 씨는 오랫동안 유지한 변액보험의 수익률이 오르자 해지를 고민하고 있다. 보장을 유지하면 노후 대비가 가능하지만, 해지하면 당장 수익을 실현할 수 있어 선택이 쉽지 않다. 어떤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까. [챗GPT 이용해 제작함]
하유경(59) 씨는 오랫동안 유지한 변액보험의 수익률이 오르자 해지를 고민하고 있다. 보장을 유지하면 노후 대비가 가능하지만, 해지하면 당장 수익을 실현할 수 있어 선택이 쉽지 않다. 어떤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까. [챗GPT 이용해 제작함]

#. 올해 국내 주식시장이 30% 이상 상승하며 4년 전 최고가에 바짝 다가섰다. 주변 친구들이 “펀드 수익률이 두 자릿수를 찍었다”는 소식을 전할 때 하유경(59) 씨도 문득 오래전에 가입했던 변액보험이 떠올랐다. 은퇴까지 5년도 남지 않은 그는 그동안 수익률이 시원치 않아도 ‘길게 보면 오르겠지’하며 유지해 왔다. 최근 잔액을 확인하니, 그동안의 부진이 무색하게 평가액이 껑충 뛰어 있었다. 지금 해지하면 목돈이 생기지만 기다리면 더 오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고민이 깊어졌다.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변액보험은 일반 보험처럼 사망이나 연금 보장을 해주면서도, 낸 보험료 중 일부를 펀드 형태의 금융상품에 투자해 투자 수익에 따라 보험금과 해지환급금이 변동되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2001년 7월 국내에 처음 출시된 이후 꾸준히 판매가 늘어 2010년대 초반까지는 생명보험 업계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2012년 금융소비자연맹이 제기한 변액연금 수익률 논란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급성장으로 2020년대 들어 위상이 다소 약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생보시장의 변액보험 자산 규모는 100조원을 웃돌고 10년 이상 장기 유지 계약도 많아 해지·유지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계약자가 적지 않다. 유경 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결국 그는 전문가 상담을 받기로 했다.

오랫동안 유지한 변액보험인데, 최근에 수익률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지금 해지해서 수익률을 챙기는 것이 좋을까요?

변액보험은 자금 일부가 펀드에 들어가지만 기본은 보험이에요. 그래서 수익이 났다고 해도 무작정 해지하기보다는 가입한 상품의 종류와 가입 목적부터 확인하는 게 먼저예요.

우선 본인이 가입한 게 변액종신보험인지, 변액연금보험인지부터 확인해야 해요. 변액종신은 사망보장을 받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만약 특약으로 가입돼 있다면 해지 시 관련 진단비와 치료비에 대한 보장도 함께 소멸하기 때문에 보장 내용과 금액을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변액연금은 연금 형태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데, 같은 적립액이라도 수령 방법에 따라 노후 재무계획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금 지급 방법별로 예상 연금액을 먼저 시뮬레이션한 뒤 본인 상황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아요.

또 변액보험은 가입 시기에 따라 보험차익이 비과세되는 기준이 다르니 현재 상품이 비과세 대상인지 아닌지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오래 유지해 온 변액보험의 수익률이 높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해지하는 게 나을까요?

변액보험은 적립식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른 투자상품과 구조가 다릅니다. 기본이 보험이기 때문에 사망 등에 대해 먼저 보장을 해주고, 그 비용으로 위험보험료와 보증비용이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펀드처럼 단순히 투자수익만 보는 게 아니라, 약정된 사망보험금이나 연금액을 최소 보장해 주는 장치가 들어 있어 그 비용도 따로 듭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애초에 펀드에 투자되는 금액이 일반 투자상품보다 적을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보험에는 사업비라는 게 있는데, 특히 계약체결비용은 보통 납입기간이나 가입 후 10년까지 부과돼요. 그래서 납입 중에는 펀드에서 수익이 나더라도 보험 관련 비용 비중이 높아서, 다른 투자상품에 비해 수익률이 낮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가입 당시 예시된 기대 수익률과 실제 수익률도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왜 그런 건가요?

변액보험은 상품별로 채권형 펀드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편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0년 전후로 많이 가입된 상품은 납입 기간 동안 채권 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아졌고, 납입이 끝나 목돈이 모인 시점인 2021년 이후에는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채권 수익률이 크게 악화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 상황도 영향을 줬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2010년 이후 10년 가까이 박스권에 머물렀기 때문에 국내 주식형 펀드만 선택한 가입자의 경우 수익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를 선택했거나 펀드 변경 제도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관리한 가입자는 상대적으로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금리 안정화로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회복세를 보이고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까지 상승하면서 전반적인 수익률이 개선되는 흐름입니다. 가입 당시 예시된 높은 수익률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같은 기간의 변동금리형 보험상품보다는 적립률이 높아진 경우도 많습니다.

변액보험을 계속 유지하면 앞으로 적립액이 더 늘어날 수 있을까요?

변액보험은 결국 펀드 수익률에 따라 적립액이 변동되기 때문에 앞으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흐름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날 수 있습니다. 더 오를 수도 있지만, 떨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습니다.

다만, 주식과 채권 시장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우상향해 온 흐름이 있습니다. 변액보험은 납입이 끝나면 사업비 가운데 계약 관리비용 일부만 부담하면 됩니다. 이전보다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점에서 유리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펀드 수익률이 상승하면 납입 중일 때보다 적립률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펀드 수익률이 크게 떨어져도 그동안 부담해 온 보증 비용 덕분에 최저보증 장치가 작동합니다. 종신보험은 사망보험금으로, 연금보험은 연금 개시 후 일정 수준 이상의 연금액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최근에는 보험사들이 펀드 관리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하면 유지 기간 동안 더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합니다.

변액보험 펀드는 어떻게 관리할 수 있나요?

요즘은 각 생명보험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발전해 펀드 관리가 훨씬 편해졌습니다. 대부분의 변액보험 상품은 일정 기간 안에서 정해진 횟수까지는 추가 비용 없이 펀드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예전에 가입한 변액보험이라도 최근 새로 출시된 펀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회사들이 많습니다. 덕분에 가입자가 직접 시장 상황에 맞춰 펀드 구성을 바꾸면서 운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습니다.

이렇게 펀드를 변경해 가며 관리하면 ETF에 투자하는 것처럼 시기에 맞는 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습니다. 시장 전망에 따라 비중을 조절하거나,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펀드 변경 가이드와 추천 포트폴리오를 참고하면 더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펀드를 선택하는 게 좋을까요?

결국 변액보험은 장기 상품이므로 큰 틀에서는 글로벌 분산 투자가 안전합니다. 분산 투자는 투자 대상과 성격이 서로 다른 자산에 적절한 비중으로 나눠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흔히 말하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을 지키는 셈입니다. 항상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펀드는 없기 때문에 채권부터 국내 주식형, 해외 주식형 펀드를 적절하게 배분한다면 시장 상황이 바뀌어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자산 배분형 펀드를 선택하면 펀드 자체가 주기적으로 투자 대상을 조정해 주기 때문에 장기간 유지할 때 관리 부담이 줄어듭니다. 여기에 일부 보험사는 시장 전망에 맞춘 추천 펀드와 비중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이런 기능을 활용하면 더 효율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제 노후 대비가 점점 더 필요해지는데, 지금 가입한 상품 말고 추천할 변액보험이 있을까요? 요즘 변액보험 상품은 어떤 특징이 있죠?

최근 변액보험 트렌드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과 달리 최근 출시되는 변액보험은 투자 성과보다는 보증 기능을 강화한 상품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변액연금인데도 투자 수익은 해지환급금에만 반영하고 연금 개시 시점에는 미리 정해둔 연금액을 최저 보증해 주는 형태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상품은 최저 보증 연금액을 계산할 때 적용하는 이율이나 지급률을 기존 변액연금보다 유리하게 설정해 더 높은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경우가 많습니다. 말 그대로 ‘높은 연금액’을 목표로 하는 상품이라 노후에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원하는 사람에게 유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 유지하고 있는 변액보험을 해지하고, 방금 언급한형태의 변액보험으로 새로 가입하는 건 어떨까요?

10년 이상 유지한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는 건 대부분의 경우 권장하지 않습니다. 장기 유지한 변액보험은 이미 사업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 상태인 반면 새로 가입하면 다시 초기 사업비를 내야 하기에 그만큼 적립 효율이 떨어집니다.

연금 지급률을 산출하는 데 쓰이는 경험생명표도 과거 상품이 가입자에게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는 보험차익 비과세 조건이 예전보다 까다로워져서 한도나 제약이 많아졌습니다. 기존 상품을 해지하면 이런 혜택을 잃을 수 있는 거죠.

만약 종신보험이나 저축성보험을 해지하고 연금보험으로 바꾸고 싶다면 해지 대신 기존 상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연금전환 특약’을 고려해 보세요. 이 방법을 쓰면 현재 계약의 유리한 조건을 유지한 채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p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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