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농산물 추가개방 美 실익 없다” 설득 통해 미국산 자동차·트럭 무관세로 국내 들어와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한 시민이 국내산 소고기 살펴보고 있다.  [연합]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한 시민이 국내산 소고기 살펴보고 있다. [연합]

정부가 한미 통상협상에서 쌀과 소고기 시장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 자동차·트럭 등 일부 품목의 한국 시장 완전 개방에 합의하면서 일부 미국산 제품이 무관세로 국내에 들어올 전망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브리핑에서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서 “소고기 월령제한 해제나 쌀 수입과 관련해 협상 과정에서 양측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우리 측이 방어에 성공해 추가적인 양보는 없었다”고 밝혔다.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과 쌀 시장 개방은 미국 측이 줄곧 요구해왔던 사항이다. 정부는 타 국가와의 통상협상에선 농산물을 주요 협상 카드로 사용해 왔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정치적 민감성과 농업 보호 필요성 등을 고려해 해당 분야의 양보를 피했다.

정부가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을 막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해당 품목이 미국 입장에서도 실익이 크지 않은 카드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의 5대 농산물 수입국이고 작년 우리나라의 대미 농축산물 무역적자는 약 80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장은 “추가로 농산물 시장을 개방해서 미국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를 우리가 이슈로 제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도 큰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쌀의 경우 일본은 다른 국가에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배분하지 않아 미국 쌀 비중 확대가 가능하지만,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5개국에 TRQ를 적용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동의 없이 시장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소고기는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검역 규제를 해제할 경우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통상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사과·유전자변형작물(LMO) 감자 등 미국이 요구한 일부 품목은 이미 시장이 개방된 상태로, 과학적 평가와 검역 절차만 거치면 수입이 이뤄질 수 있다.

아직 품목별 구체적인 논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각각 맺은 농산물 관련 합의 내용에는 차이가 있으며, 한국과 미국, 일본 측의 설명에도 해석상의 간극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대통령실의 설명과는 달리 “(한국은) 농산물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산 자동차·트럭은 무관세로 한국 시장에 들어올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고 자동차와 트럭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했다”면서 “우리는 한국에 대한 15% 관세에 합의했고, 미국은 관세를 부과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영경 기자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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