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펀드, 보증 비중 높아 실질부담 적어 3년반 동안 LNG 등 구입에 1000억달러 15% 관세, 日·EU 경쟁국과 유사한 결과
![우리 정부는 3500억달러(한화 486조원 가량)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미국 측에 약속했다.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산업 전용 펀드로 조성된다. 사진은 한화오션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모습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7/31/news-p.v1.20250728.972c16accd7244f8bf1a6ad4bb1f57c2_P1.jpg)
우리나라가 조선업 중심 대미 ‘투자 펀드(3500억달러)’와 에너지 구매(1000억달러) 카드 등 총 4500억달러(한화 626조원 가량)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제시하면서 15%의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부과받았다. 이로써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31일 한미 양국 발표를 종합하면, 한국은 앞선 일본과 EU의 사례와 유사한 방식으로 대규모 투자와 미국산 구매 약속을 제안하면서 8월 1일부터 부과될 예정이던 상호관세와 4월부터 이미 부과 중인 자동차 관세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25%로 예고된 상호관세는 15%로, 25%로 적용 중인 자동차 품목 관세도 15%로 각각 낮아졌다. 일본·EU와 같은 조건이다.
먼저 우리 정부는 3500억달러(한화 486조원 가량)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미국 측에 약속했다. 이는 일본 5500억달러(764조원), EU 6000억달러(833조3000억원)의 대미 투자 규모보다는 적은 액수다.
‘투자 펀드’로 언급된 이 투자 패키지는 앞서 일본이 제시한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기구’(investment vehicle)‘와 성격이 유사하다.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등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산업에 투자할 재원을 투자(equity), 대출(loans), 보증(credit guarantees)을 통해서 지원해주는 개념이다.
대미투자액인 486조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0% 수준이다. 언뜻 보면 한국 경제가 감당하기에 큰 부담이 따르는 수준처럼 보이지만, 직접 투자로 볼 수 있는 지분 투자보다는 공적 금융기관이 담보하는 보증 위주로 구성될 예정이어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합의를 도출한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투자 펀드’에서 배수 효과가 높은 보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실질적 부담은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펀드’ 투자 요구는 자국 제조업 부흥을 위한 재원 마련이라는 큰 그림 차원에서 나온 요구였기에 한국도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서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경제가 감당한 범위에서 이 같은 요구를 대승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일본 정부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일본이 제안한 5500억달러의 투자 패키지도 직접 투자액은 1∼2%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가 제안한 3500억달러 투자 패키지 중심이 한국의 강점인 조선에 맞춰진 점도 일본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앞서 정부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로 명명된 대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총 대미 투자 펀드 3500억달러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산업 전용 펀드로 조성된다. 나머지 2000억달러가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원전 등 미국이 중요하게 육성하려는 전략 산업에 두루 투자하는 범용 펀드로 조성될 예정이다.
조선의 경우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운영 중인 한화그룹의 사례에서 보듯 미국 현지에서 조선소를 인수해 운영하거나, 미국 주요 조선사와 공동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사업자가 사실상 한국 기업밖에는 없다는 점에서 조선 펀드의 직접 수혜자가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조선사들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스를 중심으로 향후 장기간에 걸쳐 향후 1천억달러(약 139조원)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겠다는 약속 역시 자국 유권자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직관적인 숫자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가스를 중심으로 향후 장기간에 걸쳐 향후 1000억달러(약 139조원)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겠다는 약속 역시 자국 유권자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직관적인 숫자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다만 에너지 수입 대국인 한국으로서는 도입선 조절 정도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정부는 설명한다. 에너지를 전적으로 수입하는 한국은 작년에만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에만 1100억달러를 넘게 썼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