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B손보, 연내 민간 최초 ‘기후보험’ 출시

기후 재난, 더는 남 일 아냐…보험 패러다임 전환

일정 기상지표 넘기면 자동 지급하는 ‘지수형’

폭염·폭우에도 빠르고 간편한 지급 가능

공공 이어 민간 대응 본격화…새 사회안전망 주목

서울 강남 KB손해보험 본사 전경. [KB손해보험 제공]
서울 강남 KB손해보험 본사 전경. [KB손해보험 제공]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KB손해보험이 연내 국내 민간 보험사 최초로 ‘기후보험’을 출시한다. 일정 기상 지표를 넘기면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수형 보험’ 방식으로, 복잡한 손해사정 절차 없이 신속한 보장을 제공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맞춘 새로운 포용금융 상품으로, 공공 영역에 이어 민간에서도 기후 리스크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서 주목된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는 연내 ‘지수형 보험’의 하나로 기후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민간 보험사에서 기후보험을 내놓는 것은 KB손보가 처음이다. 현재 KB손보는 기상청 날씨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상품 출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KB손보 관계자는 “기후취약 계층의 위기 극복을 위한 포용금융 상품 콘셉트를 담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보험이란 폭염이나 한파, 홍수 등 이상 기후나 기후 변화로 발생하는 손해를 보장해 주는 보험을 말한다. 실제 피해액을 입증하는 대신, 특정 기상 지표 등에서 미리 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보험금을 자동으로 지급하는 지수형 보험 형태로 도입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하루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 일수가 단기간 내 일정 기준을 초과하게 되면, 실제 병원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약정된 보험금이 자동으로 지급되는 방식이다. 또는 일일 강수량이 80㎜를 넘는 호우일수나 적설량이 20㎝를 초과하는 폭설일수가 기준을 넘어설 때도 같은 방식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 이처럼 지수형 보험은 손해사정 또는 증빙 절차 없이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손해조사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인 상품이다.

민간 기후보험의 등장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상 기후 위기를 고려할 땐 필연적인 흐름이다. 정부가 합동으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국은 1973년 이후 가장 더운 해를 기록했으며, 올해 7월 더위는 전국 평균 27.1℃로, 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더운 7월로 기록됐다. 이 외에도 기록적인 폭우와 대설 등으로 인해 사회·경제 전반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그동안 보험은 복잡한 손해사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구조적인 한계로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지만, 기상 지표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기후보험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형태의 지수형 보험이 판매되고 있다.

공공 영역에서도 기후보험 도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3월 전국 최초 기후보험을 도입해 모든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폭염·한파 등에 따른 온열·한랭 진단비를 지원하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내년 도입을 목표로 폭염 발생 여부에 따라 보장받을 수 있는 지수형 기후보험을 개발 중이다.

KB손보의 기후보험 출시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갈수록 커지는 이상 기후 위기를 고려할 땐 민간 보험업계의 기후보험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보험 상품만으로는 새로이 등장하는 기후 위험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공공 영역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기후보험과 같은 상품 출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p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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