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8만6000명에 울리는 ‘중대재해 사이렌’…예산 안들이고도 촘촘한 경보망

48개 지방관서·86개 채팅방서 지역·업종별 맞춤 운영…가입자 7개월새 1.5만↑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산업재해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정보를 현장 인근 노동자와 사업주에게 알려주는 고용노동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중대재해 사이렌’의 가입자 수가 8만6000명까지 늘었다.

예산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전국 48개 지방관서별 무료 오픈채팅방을 개설했지만, 오히려 지역별 맞춤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데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예산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도 촘촘한 경보망을 구축한 사례가 됐다.

가입자 7개월새 7.1만→8.6만명…지역 맞춤형 ‘정밀 경보’

13일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본부에 따르면 경보 시스템인 ‘중대재해 사이렌’ 가입자는 올해 1월 7만1000명에서 현재 8만6000명까지 늘었다. 48개 지방관서에서 총 86개 오픈채팅방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23년 2월 만들어진 중대재해 사이렌은 당초 하나의 전국 채널로 만들려고 했지만, 막대한 비용 부담 탓에 이를 각 지방관서별로 쪼개 운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카카오가 무료 오픈채팅방 가입자 수를 1500명으로 제한하고 추가 가입시 해당 운영자에게 1인당 알림 1회씩 15원의 비용을 청구하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가입자 수와 예상하기 어려운 알림 횟수를 감안하면 막대한 예산이 든다.

이 탓에 어쩔 수없이 ‘쪼개기’ 운영을 하게 됐지만, 예산 한 푼 들이지 않고 더 촘촘한 경보망을 구축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카카오가 무료 오픈채팅방 가입 한도를 기존 1500명에서 2000명으로 확대하면서 가입자 수가 크게 늘었다. 무엇보다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중대재해 예방 알림이 가능해졌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경제 고용부 산업안전감독과장은 “무료 한도 확대로 예산 부담이 사실상 사라져, 관련 예산을 따로 편성할 필요가 없다”며 “통일적으로 발송하는 중대재해 사이렌도 있지만, 각 지역의 자율성을 존중해 폭염 특보나 해당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유형 사고에 대해서는 지방관서가 직접 예방자료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부산동부지청의 중대재해사이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캡처]
고용노동부 부산동부지청의 중대재해사이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캡처]

특히 지역별 맞춤형 공지는 불필요한 전국 발송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실제 지난 11일 기준 부산을 포함해 서울·경기·충북 등 전국 다수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지만, 일부 지역은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폭염·폭우 등 기후 상황이 지역별로 다른 만큼, 해당 지역 채팅방에만 공지를 보내는 방식이 효율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높이는 운영 모델이라는 것. 이에 더해 고용부는 산재에 노출된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오는 20일부터 중대재해 사이렌을 17개국 언어로 제공할 계획이다.

“공지 하나로 210번 감독 효과”…정부 5개년 계획 속 ‘실시간 전파망’

다수의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사이렌의 공익성을 높게 평가한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비율(만인율)을 처음 0.4명 아래로 낮추는 데에도, 사이렌 안내를 통한 경각심 고취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 듀크대 매튜 존슨 교수는 경제학 최고 권위지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American Economic Review)’에 발표한 논문에서 “안전·보건 규정 위반 시설에 대한 공지만으로도 210번의 근로감독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산재 사망사고를 OECD 평균 수준(근로자 1만명당 29명)으로 낮추겠다는 5개년 계획을 추진 중이다. 현재 39명(2024년 기준)에서 10명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작업중지권 발동 요건 완화,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도입, 산재보상 국가책임제 명문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고용부는 ‘중대재해 사이렌’을 현장 안전을 지키는 정부의 상시 운용 안전 자산으로 본다. 이경제 과장은 “한 번 구축한 플랫폼이 추가 예산 없이도 수십만 명의 노동자에게 실시간 안전 정보를 전할 수 있다”며 “향후 고강도 안전대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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