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안 뜯어보니…발행사 자격·이자지급 핵심 쟁점 [머니뭐니]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론 확산

비금융사 발행주체 허용 놓고 이견

내달 금융위 ‘2단계 가상자산법’ 주목

5만원권 지폐 위에 쌓여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형상화 한 모습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5만원권 지폐 위에 쌓여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형상화 한 모습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자산형성에 관심 많은 20·30 청년층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슈는 단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이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두고 국회에선 관련 법안도 5개나 발의됐고 정부안은 내달 공개될 예정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통화에 준하는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발행 인가 주체와 준비자산 기준, 이자 지급 방식 등을 둘러싼 쟁점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본격화…법안만 5건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은 현재 총 5건으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민병덕·안도걸·김현정·이강일(발의 예정) 의원이, 국민의힘에서는 김은혜 의원이 각각 법안을 제출했다. 이 중 민병덕·이강일 의원안은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디지털자산 산업 전반을 다뤘으며 나머지 안은 스테이블코인에 한정해 규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별 주요 차이점은 발행인 자격이다. 은행 등 전통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발행 주체를 설정한 법안은 제도의 투자자 보호와 안정적 도입에 방점을 찍은 반면, 비금융권까지 문호를 연 법안은 디지털 생태계의 빠른 성장을 위해 업종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담았다. 대표적으로 민병덕 의원안은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은 자기자본 5억원 이상인 국내 법인이라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강일 의원안은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10억원으로 상향하는 동시에 ▷대주주 적격성 ▷사업계획의 타당성 ▷이해상충 방지 체계 등을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치도록 규정했다. 반면, 김은혜 의원 안과 안도걸 의원 안은 최소 자기자본을 50억원으로 더 높게 설정하고 상법상 주식회사 및 금융기관만 발행할 수 있도록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법안 대부분은 금융당국의 인가제 도입에 공감하고 한국은행에 자료제출과 공동검사 요구권을 부여하는 방향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기재부 차관 출신의 안도걸 의원은 발행사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과 해외거래 정보 확인 권한을 기획재정부에도 부여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았다.

이정수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향후 법안 논의 과정에서 “발행인을 규제할 때 시중은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할지, 혹은 자본금 요건 등 일부를 달리하면서 다른 규제를 조합해 사업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주목했다.

인가제 도입에는 큰 이견 없어…이자 지급 여부는 쟁점

준비자산 규제도 핵심 쟁점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언제든 현금으로 환급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병덕 의원안은 원화와 1:1 가치를 유지하는 페깅(연동)·분리보관 등 기존 요건을 담았다. 안도걸 의원안은 ‘100% 준비자산 확보’ 방침 아래 현금·요구불예금·단기채 등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김은혜 의원안은 여기에 외국채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며 운용 범위를 넓혔다.

이자 지급 여부도 향후 논의해야 할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이자를 지급할 경우 은행 예금과 사실상 동일해져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반면,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이자 지급을 허용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안도걸 의원안은 이자 지급을 전면 금지해 스테이블코인의 기능을 지급·결제 수단에 한정했다. 반면 김은혜 의원안은 이자 지급 허용 가능성을 열어두며 제도 설계에 여지를 뒀다. 민병덕 의원안은 이자 지급 금지를 명시하지 않았으나 통화주권 확보라는 입법 취지에 비춰볼 때 사실상 이자 지급을 인정하지 않는 신중론으로 해석되고 있다.

“외화 스테이블코인 규제해야…국제적 정합성도 고려”

아울러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외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외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은 가장 최근에 제출된 이강일 의원안이 유일하다. 이 의원안은 금융위원회가 정한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외화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을 허용하도록 했다.

구체적인 방향은 논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해외 기업이 국내 법인을 세워 발행인 인가를 받아야 할지, 아니면 해외 적격 시장에서 인가를 받았다면 국내에서도 유통을 허용할지 여부가 쟁점이다. 반면 민병덕 의원안은 국외 발행사에 대한 별도의 규율을 두지 않았으며, 김은혜 의원안과 안도걸 의원안은 해외 발행사가 국내 지점이나 영업소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수준이다.

한편, 금융위는 내달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2단계 가상자산법’을 준비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가상자산 정책은 글로벌 정합성, 즉 세계의 흐름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정책 방침을 밝혔다. 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의는 발행자 요건에 치우쳐 있었던 만큼, 이제는 금융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용성과 경제적 파급 효과까지 두루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fo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