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발언’에 엇갈리는 금리 전망…韓, 집값 탓 동결 우세
잭슨홀 연설 후 美 인하전망 주목
국내 환율부담 완화 경기부양 필요
집값 무게두면 금주 동결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도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 인하 신호를 내비쳤지만, 다음달 미국이 금리를 내릴 수 있을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통화정책 선택지가 비교적 넓어진 한국도 수도권 집값 상승세에 당장 이번 달 금리 인하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내수 중심 경기둔화에 따른 통화정책 완화 필요성이 분명한 만큼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인하 기조 지속’을 밝힌 만큼 금리 인하는 ‘시기’의 문제라는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정책이 제약적 영역에 있는 상황에서 기본 전망과, 변화하는 위험의 균형은 우리의 정책 기조 조정을 정당화해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여전히 잘 고정돼 있으며, 우리의 목표인 2%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립에도 줄곧 데이터에 기반한 긴축적 메시지를 냈던 파월 의장이 다소 비둘기(완화적)적 메시지를 던졌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금리인하 전망이 오르락내리락 했다. 페드워치(fedwatch) 도구에 반영된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연설 전 70% 중반에서 이후 90% 이상으로 높아졌다가 다시 70%대로 하락했고, 이날 오전 다시 89.3%로 상승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9월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연속 인하를 말한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에릭 로즌그렌 전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마켓워치에 “파월 의장이 9월 인하를 약속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데이터가 계속 나올 경우에만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미국 통화정책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잭슨홀 연설이 완화적으로 결론 나면서 한국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환율 측면의 우려를 덜고 금리 인하에 무게를 좀 더 둘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종가(오후3시30분) 대비 8.2원 떨어진 1385.0원에 개장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환율 우려가 사라진다면 방점은 경기에 찍힐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0%대 저성장 위기에 직면했다. 가장 최근 주요 전망치인 기획재정부의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대비 0.9%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작년(2.0%)보다 1.1%포인트 낮아진 것이고,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로 추정되는 2%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
전형적인 내수 위기에서 비롯된 결과다. 0.9%라는 수치에 가장 핵심적으로 영향을 미친 요인은 내수 중 하나인 건설투자다. 정부 전망 경로에서 건설투자는 올해 8.2% 감소하며 작년(-3.3%)보다도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한은이 주의 깊게 보고 있는 부동산 문제와 이에 따른 금융 불안이 당장 8월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6월(연 2.54%)보다 0.03%포인트 낮은 2.51%로 나타났다. 작년 10월 이후 내림세가 계속 이어졌다.
수도권 집값 과열 우려에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 수요를 자극해 투기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미 2분기 가계대출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추세적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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