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업은행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올해 외부자금계획 64조8649억원84% 생산·영업활동 등 운전자금내년 자금수요전망, 2019년이후 최고은행 대출 중기 41% “차입여건 부진”


정부가 금융권에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면서 소상공인을 포함한 기업금융 강화를 강조한 가운데, 정작 중소기업이 은행권에서 대출한도, 담보요구 등의 차입 여건을 두고 적잖은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기업이 중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환경이 나빴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 적용되는 건전성 규제 등을 개선해 중소기업으로 자금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IBK기업은행이 발간한 ‘2025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올해 외부자금 조달계획 규모는 총 64조8649억원에 달한다. 그중 47.2%인 30조6330억원은 은행에서, 44.9%인 29조1334억원은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각각 조달할 예정으로 파악됐다.

외부자금 조달계획 비중은 운전자금이 84.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업이 장기 관점의 투자보다는 당장 생산이나 영업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원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공과금 등을 위한 자금 수요가 크다는 얘기다. 이는 내수 부진 등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영환경 악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내년 자금수요는 올해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2025년 대비 2026년 자금수요 전망을 보면 ‘증가’ 비중이 9.0%포인트 늘어난 반면 ‘동일’과 ‘부진’ 비중은 각각 감소했다. 특히 자금수요 확대를 예측한 중소기업 비중이 23.9%로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은행을 통한 전반적인 차입여건은 녹록지 않다고 중소기업들은 토로했다. 금리 여건의 경우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출한도나 담보요구 등에선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었다.

지난해 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받은 11만8117개 중소기업 중 41.0%는 차입여건이 부진하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답변은 45.9%, 호전 답변은 13.1% 수준이었다. 부진 비중은 2020년부터 증가해 왔는데 중기 금융실태조사를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높았다. 직전 최고치는 2018년 31.9%였다.

항목별로 보면 금리 여건이 상승했다는 비중이 56.8%로 절반을 넘었다. 다만 2021년부터 상승 비중이 급증하며 2023년 86.1%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해선 다소 개선된 상황이라고 기업은행은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하기에 진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출한도는 2018년부터 축소 비중이 증가한 가운데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상승한 29.6%를 기록했다. 동일 비중도 증가했는데 대출한도 여건이 다소 경직된 상태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담보요구 여건 변화 추이를 보면 2021년부터 증가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해 41.5%로 나타났는데 전년 대비 변화 폭이 미미해 여전히 담보요구로 인한 차입여건의 어려움은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 여건의 경우 2024년 어려움 비중이 47.8%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 대출심사 소요기간은 길어짐과 짧아짐 비중이 동시에 증가했고 상품(부대거래) 가입 요구 여건 역시 증가와 감소 비중이 함께 상승했는데 기업 간 여건이 점차 양극화하며 체감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부가 최근 연이어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애로 현장 간담회를 연 데 이어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어려움을 고려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전날 금융권 협회장을 긴급히 불러모아 생산적 투자를 주문했고 은행권은 향후 조성될 첨단·벤처·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민·관 합동 100조원 규모 펀드 조성에 협력하는 등 생산적 자금 공급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은행권이 기업대출 확대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강조해 온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 조정 등 건전성 규제 완화에 대해 금융당국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관련 제도·감독관행의 개선 속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자금 공급이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업은행의 이번 조사는 기업통계등록부 상 매출액이 5억원을 넘는 중소기업 86만7166개사 가운데 4500개사를 표본 추출해 진행됐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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