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가축분뇨를 ‘문제’에서 ‘자원’으로 바꾸는 길

조선시대 봉수대에는 연기가 곧게 올라가는 연료가 필요했다. 그 답은 뜻밖에도 말린 소똥이었다. 불을 붙이면 연기가 일정하게 피어올라 멀리까지 신호를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생활 연료이자 농업 자원이었던 가축분뇨가 오늘날 농촌의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새로운 동력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축분뇨는 오랫동안 퇴비나 액비로 재활용돼왔다. 그러나 살포지 감소, 악취 민원, 온실가스 배출 문제로 기존 처리 방식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그 해답을 ‘가축분뇨 고체연료화’에서 찾고 있다.
고체연료화는 가축분뇨를 건조·성형해 고체 상태의 연료로 만드는 기술이다. 보다 빠른 분뇨 처리로 악취와 위생 문제를 개선할 수 있고, 발전소·산업보일러·시설원예 난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수입 유연탄을 대체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며 수질오염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농촌 에너지 자립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 내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며, 농가의 에너지 비용 절감뿐 아니라 폐기물 처리비 부담도 동시에 줄여줄 수 있다.
가축분뇨 고체연료 제도는 2015년 도입됐으나 높은 회분 함량, 냄새 등으로 오랫동안 수요가 없었다. 현대제철 등의 시범 사용도 있었지만 품질 문제로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와 화석연료 대체 필요성이 커지면서 가축분 고체연료의 활용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협과 협업해 한국남부발전·남동발전과 시험 발전을 통해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전력과 경북도가 협업한 시설원예 보일러 실증에서는 전기·LPG 대비 35~50% 연료비 절감 효과가 입증됐다. 해외에서는 일본 ‘쥬몬지치킨’이 하루 400톤의 계분을 연료로 사용해 1만 가구분의 일년치 전기를 생산하며, 전력·비료 판매와 처리비 절감으로 연간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이는 가축분뇨가 ‘골칫거리’에서 ‘수익 자원’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활용 가능성이 입증됐지만 안정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발열량과 수분 함량 등을 합리화해 고체연료 생산과 활용이 보다 용이하도록 해야 하며, 염소 함량은 원료 단계에서 품질을 개선하고 발전설비의 내구성을 보완해 해결해야 한다. 연소 후 발생하는 회분을 폐기물이 아닌 비료나 복토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환경부·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품질 기준의 합리화, 회분 재활용 근거 마련, 생산시설 신속 구축, 발전설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연구개발과 민간 참여를 확대해, 가축분 고체연료가 농촌의 안정적 에너지원이자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가축분 고체연료를 재생에너지의 한 축으로 만들고, 농촌의 RE100 실현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다. 농식품부가 앞장서서 가축분뇨를 ‘문제’에서 ‘자원’으로 바꾸고자 한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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