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플레 없다” 美 금리인하 기대 급증에 한국도 8월 선제론 대두
“관세 인플레 경계감 완화…
美 금리인하 미룰 정도 아냐”
한국은행, 현지정보로 전해
경기부양 시급한 우리나라는?
시장은 8월 선제 인하론 제시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급증하면서 한국도 이번달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8/13/news-p.v1.20250529.e6cee0dc67b54717991f416e47fe6777_P1.jpg)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의 비교적 안정적인 물가 지표 발표로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굳어지는 가운데 한국도 이달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린다고 가정하면 환율 측면에서의 인하 제약 요인이 사라지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더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빅컷(0.5%포인트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국은행은 13일 현지정보 보고서에서 “시장참가자들은 근원상품의 관세 전가 효과가 당초 우려보다 완만하게 나타난 데 주목하며 관세발(發) 인플레이션 상승 경계감이 다소 완화됐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관세에 따라 크게 높아졌던 인플레이션 우려가 한풀 꺾였다는 의미인 동시에 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선물시장이 그렇게 움직였다.
한은에 따르면 연방기금 선물(Fed Funds Futures)에 반영된 연준의 9월 금리인하 기대는 전일 87.7%에서 93.9%로 높아졌고 연내 금리인하폭 전망도 57bp(1bp=0.01%포인트)에서 60bp로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투자은행을 인용해 “고용둔화 우려로 연준의 금리인하 기준(hurdle)이 크게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이번 CPI 데이터가 연준이 정책금리 인하를 미룰 정도로 우려스럽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JP모건(JPM)은 “관세 전가 효과가 일부 지연되고 있으며 그 규모도 제한적”이라며 “연준에게 CPI 데이터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골드만삭스(GS)도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일부 완화하며 연준의 9월 25bp 금리 인하 기대를 보다 강화시켰다”고 강조했다.
9월 인하를 시작으로 연속적인 금리 인하 행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오전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가 연내 총 3회 인하돼 연말 3.50~3.75%에 이를 것이라는 확률은 51.0%로 나타났다. 한 달 전 25.4%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급증해 모든 시나리오 중 가장 높아졌다.
미국 내 금리 인하 기대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국내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린다면 환율 측면에서 금리 인하 제약 요건이 상당히 사라지게 된다. 현재 2.0%포인트로 역대 최대인 한미 금리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월 금리 동결 직후 간담회에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2명이 향후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았던 이유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2.00%포인트보다 더 확대되는 데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금리가 더 벌어지면 환율이 다시 뛰고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로 금리 인하를 머뭇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미국이 금리를 강하게 내린다면 0%대 성장 위기에 봉착한 우리나라도 금리를 묶어둘 이유가 없다.
시장에서도 8월 선제적 인하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8월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6.27 가계부채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건설경기 부진, 미국 상호관세로 수출 여건이 악화된 상황을 감안해 한은은 이달 28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데이브 치아 이코노미스트도 ‘한국: 소비자 물가 지수’ 보고서에서 “7월 한국의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은 중앙은행의 중기 목표치인 2%에 더 가까워졌다”며 “8월에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를 인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만약 이러한 기류가 사실이라면 우리나라가 8월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경우 실기론에 휩싸일 수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미 금리인하를 선제적으로 반영 중인 금융시장 기대감과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등을 고려하면 미 연준이 9월 금리인하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향후 발표될 고용지표 내용에 따라 빅컷을 고민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도권 집값 상승세는 마지막으로 남은 변수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책이 나왔지만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 폭은 6주 만에 다시 커졌다. 금리를 내리게 되면 이러한 상승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첫째 주(8월 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14% 올라 상승률이 직전주(0.12%) 대비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6·27 대책 발표 직후인 6월 다섯째 주(6월30일 기준) 이후 5주 연속 둔화 양상을 이어가다가 6주 만에 다시 확대됐다.
앞서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작년 8월보다 빠르다”며 “그때보다 경계감이 더 심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가격이 잡혀야 한다”며 “해피엔딩이 금방 올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