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해 韓 성장률 0.8%…건설 부진 발목”
반도체 호조에도 美 관세·부동산 PF 지연 ‘하방 리스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30일(현지 시각) 밝혔다. 사진은 3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8/12/rcv.YNA.20250731.PYH2025073106290005100_P1.jpg)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경기 부양 기대감과 소비 회복세에도 극심한 건설업 부진이 발목을 잡으면서 지난 5월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전망에는 미국이 최근 예고한 ‘반도체 100% 품목 관세’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KDI는 반도체 관세율이 크게 오르거나 미·중 등 주요국 간 통상 갈등이 격화하면 성장률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0%대 성장률 유지…시장 전망과 온도차
KDI가 12일 발표한 ‘8월 수정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5월 상반기 전망과 동일한 수치다.
국내 주요 증권사 7곳과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최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KDI는 전망치 동결 배경으로 건설투자 부진을 꼽았다. 상반기 건설투자가 예상치를 밑돌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하반기 회복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기존 대비 3.9%포인트 낮춘 -8.1%다. 6·27 대책 등 대출 규제 강화와 건설현장 안전사고 여파가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안전사고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를 반영해 건설투자 전망을 크게 낮췄다”고 말했다.
수출 전망은 상향…“관세 회피 선제 출하”
올해 수출 증가율은 2.1%로, 지난 전망 대비 1.8%포인트 올려 잡았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선제적 수출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의 관세율 변동에도 ICT 품목 무관세, 자동차 관세 인하 등의 영향으로 전체 대외 여건은 지난 전망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설비투자는 1.8% 증가, 민간소비는 소비쿠폰·저금리 효과로 1.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를 반영해 소비 전망치는 0.2%포인트 상향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예상됐다. 유류세·공공요금 인상 등 상방 요인이 있지만 수요 압력이 낮아 작년(2.3%)보다 완만한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경상수지는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1060억달러 흑자가 예상된다.
취업자 수는 15만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상반기 전망보다 6만명 많은 수준으로, 정부 일자리 확충과 민간 소비 개선이 반영됐다.
내년 성장률 1.6% 전망…“통상갈등·PF 지연 주의”
KDI는 내년 성장률을 1.6%로 내다봤다. 수출 증가율은 0.6%로 둔화되지만, 건설투자(2.6%)와 민간소비(1.5%) 반등이 성장세를 보완할 것으로 봤다.
다만, 미국의 반도체 관세 도입, 주요국 간 통상 갈등, 부동산 PF 시장 정상화 지연 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정규철 실장은 “반도체 관세 인상은 우리 수출의 중요한 중간재 공급망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리 인하 필요성과 관련해선 “재정정책으로 소비 전망이 상향된 점을 감안하면 인하 시급성은 줄었다”며 “2차 추경이 올해 GDP를 0.1%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