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이자 놀이’ 공개 경고에금융당국 금융협회장 긴급 소집해“생산적 분야로 자금공급 확대해야”업권, 혁신·기업금융 강화 등에 공감당국도 RWA 등 건전성 규제 추진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8일 금융권 협회장을 불러모아 생산적 분야로 자금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위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7/28/news-p.v1.20250227.e72d128898ca4342949ad381945f4349_P1.jpg)
[헤럴드경제=김은희·김벼리·박성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의 ‘이자놀이’를 경고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주요 업권 협회장을 긴급 소집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고 나섰다. 특히 예대차 수익 중심의 영업관행에서 탈피할 것을 당부하며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영역에서 생산적 영역으로 전환해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은 이에 공감하며 효율적 자금배분을 통해 기업과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국민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금융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다만 정부도 건전성 규제를 포함해 각종 제도와 감독관행에 개선 여지가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봐달라고 요청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오전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생산적 금융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 대통령의 경고성 발언 이후 금융권의 의견을 듣는 차원에서 긴급하게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금융기관을 겨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4일 취임 직후 열린 첫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예대금리차(예금·대출 금리 차이) 확대 문제를 지적한 데 이어 금융권의 이른바 ‘이자 장사’를 강하게 질타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취임 30일 기자회견 당시에도 “시중 자금이 비생산적 영역에서 생산적 영역으로 유입돼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복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생산적 금융을 강조한 바 있다.
권 부위원장은 “그간 금융권이 부동산 금융과 담보·보증 대출에 의존하고 손쉬운 이자장사에 매달려왔다는 국민의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며 “금융이 시중 자금의 물꼬를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 및 지방·소상공인 등 생산적이고 새로운 영역으로 돌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정부는 금융회사가 생산적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장애가 되는 법, 제도, 규제, 회계와 감독관행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과감하게 바꾸겠다”며 “시대 여건에 맞지 않는 위험가중치 등 건전성 규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업권별 규제를 조속히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영업 모델을 탈피해 생산적 금융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주문이다. 이날 회의에서 권 부위원장이 예대 중심으로 돼 있는 수익 구조를 리스크 테이킹 하는 투자 쪽으로 전환해 자본시장쪽으로 갈 수 있게, 정부가 규제 개선에 필요한 부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업권 TF를 구성해 앞으로는 위험 가중치 큰 기업한테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규제 개선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권이 생산적 분야로의 자금공급 확대를 약속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건전성 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한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밀집해 있는 모습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7/28/news-p.v1.20250430.b77ce2c562bc465e9b4b54acc94ae861_P1.jpg)
협회장들은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한 혁신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에 향후 조성될 첨단·벤처·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민·관합동 100조원 규모 펀드 조성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고 자본시장·투자로의 전환을 위해서도 노력하기로 했다.
민생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소상공인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활용해 금융 애로를 해소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특히 은행권은 예대마진과 부동산 중심의 영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인지하고 있다며 생산적 자금공급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금융투자업권도 좋은 기업을 선별해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기업금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보험권 역시 생산적인 국내 장기투자를 약속했다.
다만 정부 방침에 맞춰 미래 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건전성 규제 완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규제로는 자본금 충당 부담이 큰 데다 주주 환원 정책에도 제약이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 부담…위험가중자산 산정 방식 개편 주목
은행권은 최근 가계대출 규제 강화 이후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방향성에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은행권 수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대출 총량 목표가 쪼그라든 만큼 줄어드는 수익성을 기업대출을 통해 상쇄하려는 전략이다. 시중은행은 국가전략산업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우량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의 높은 연체율 등으로 은행권이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의 부실 위험도가 커지면서 연체율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건전성 관리를 위해서는 보수적으로 여신을 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77%로 지난해 5월(0.58%)보다 0.19%포인트 올랐다. 전월(0.68%)과 비교해도 0.0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5%로 대기업대출 연체율(0.15%)보다 6배 넘게 높았다. 중소기업대출 중에서도 중소법인 연체율이 1.03%로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0.82%)보다 높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경기 민감도가 높아 불황기엔 은행권의 대손 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며 “연체율이 조금만 올라도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생산금융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건전성 규제 유연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주요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위험가중자산(RWA)에서 기업대출의 위험가중치는 주택담보대출보다 높기 때문에 같은 금액을 대출하더라도 자본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위험가중자산은 은행 대출에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한 지수다. 위험가중자산이 높을수록 국제결제은행의 재무건전성 평가 지표인 ‘BIS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고, 그만큼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한다.
최근 정부와 은행권이 모두 강조하고 있는 ‘기업가치 제고’ 정책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의 기준 지표로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활용하는데, 위험가중자산이 클수록 보통주자본비율 또한 낮아진다. 지금 상황에서는 신용도가 불확실한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릴수록 주주환원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금융당국도 위험가중자산 산정 방식을 개편하고 있다. 주담대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동시에 정책 펀드나 벤처투자 등 생산적 금융 부문의 가중치는 낮추는 방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금융위는 금감원, 금융권, 시장참여자와 기업, 전문가 등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고민하고 금융혁신 과제를 선정·추진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장 중심 정책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의미있는 구체적 성과 사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hkim@heraldcorp.com
kimstar@heraldcorp.com
p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