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쌀, 글로벌쿼터 2만톤…美에 풀까일본처럼 쿼터 늘리긴 ‘구조적 한계’


서울의 한 대형마트 쌀 판매대 [연합]
서울의 한 대형마트 쌀 판매대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양영경 기자]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나흘 앞두고 한국 정부가 미국산 쌀·밀·대두(콩) 수입 확대를 대미(對美) 관세 협상의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쌀의 경우 일본처럼 자국 재량으로 쿼터를 조정해 미국산 수입 비중을 높이는 방식은 한국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WTO 협정에 따라 국가별 쿼터를 고정한 구조 때문이다.

28일 통상당국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최근 통상대책회의를 열고, 미국산 쌀 수입 확대와 조선·반도체 분야의 대미 투자를 결합한 패키지 협상안을 논의 중이다. 일본이 45% 수준까지 미국산 쌀 수입 비중을 높이며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선례를 참고해, 농축산물 개방 압박을 최소화하면서 전략산업 협력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자국 내 재량으로 미국산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현재 한국은 연간 40만8700톤의 쌀을 저율관세(5%)로 수입하고 있다. 이 중 약 13만2000톤(32.4%)이 미국산으로 미국은 중국(약 15만7195톤·약 38.5%) 다음으로 쌀 수입 비중이 크다. 이어 베트남(약 5만5112톤), 태국(약 2만8494톤), 호주(약 1만5595톤) 등에 고정 쿼터로 배정돼 있다.

다만 나머지 2만톤은 글로벌 쿼터로 모든 WTO 회원국에 개방돼 있다. 이런 ‘국가별 쿼터(CSQ)’ 구조는 2014년 쌀 관세화를 선언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양허표로 등록된 것으로, 당사국과 WTO 회원국 모두의 동의 없이는 쿼터 비중 조정이 불가능하다.

연간 40만8700톤을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우리 정부는 51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전체 쿼터 77만톤을 국가 구분 없이 공개 입찰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정부와 수입상이 유연하게 미국산 비중을 늘릴 수 있는 구조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WTO 양허표에 국가별 쿼터를 명시해 구속력을 갖기 때문에 일본처럼 자의적으로 미국산 쌀 비중을 늘릴 수 없다”며 “미국이 수입 확대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글로벌쿼터 2만톤을 활용하는 방법 이외에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 위원은 “전체 수입의 5% 수준에 불과하지만, 미국으로서는 한국에 쌀 수출을 늘렸다고 하는 ‘당위’를 얻게 되는 것”이라며 “일본과 달리 우리는 미국이 원하는 ‘조선업’ 투자 등 협상카드가 남아있는 만큼 최대한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미국의 관심이 집중된 조선·반도체 분야에서 기업과 정부 보증을 합해 약 2000억달러(약 276조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쌀 13만2000톤 가운데 현재 4만톤 수준인 ‘밥쌀용’ 쌀 비중을 늘리는 방법도 거론된다. 한 전직 농식품부 고위관료는 “글로벌쿼터 2만톤 전량을 미국에 푸는 것 이외에 미국에 배정된 쿼터 13만2000톤 중 현재 밥쌀용 쌀 비중인 4만톤을 늘려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밥쌀용 쌀 비중을 늘릴 경우 농민단체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미국산 밀과 대두의 추가 수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품목은 지난해 기준 한국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농산물로, 밀은 133만4000톤, 대두는 63만톤에 달한다.

정부가 이들 작물을 검토 대상으로 삼은 건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내 식량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익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밀과 대두는 국내에서 수요는 많지만 생산 기반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품목이다. 추가 수입이 농가에 미치는 직접적인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

실제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밀·대두 수입 확대를 약속한 선례가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이들 작물의 수입 확대를 통해 통상 압박을 완화하려는 ‘완충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농업 전문가는 “국내 생산 기반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미국과의 협상 공간을 넓힐 수 있는 작물을 중심으로 수입을 조정하는 방식은 실질적인 외교적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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