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 대지급’ 늘었는데…텅 빈 기금, 5년새 3분의 1로 ‘뚝’
국가 대신 준 임금, 사업주 회수율도 뚝…올해 적립금 51억원 더 줄 전망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임금체불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를 위해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체불 임금을 지급하는 ‘임금채권보장기금’의 적립금이 올해도 줄어들 전망이다.
5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기금은 사실상 ‘바닥 경고등’이 켜졌고, 사업주로부터의 변제금 회수율 역시 하락세를 보이면서 기금 고갈 우려가 제기된다.
7일 국회예산정책처가 공개한 ‘2024 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임금채권보장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대비 51억원 줄어든 3421억원으로 예상된다.
당초 정부 계획상 올해 1538억원이 늘어날 예정이었지만, 대지급금 및 체불청산 융자 증가로 실적은 오히려 감소세로 전환됐다.
임금채권보장기금은 기업의 도산 등으로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국가가 대신 지급한 뒤,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변제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지급금 지출은 늘어난 반면, 회수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실제 임금채권보장기금 적립금은 2019년 9588억원에서 2023년 3473억원으로 63.8%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지급금 누적 회수율도 2020년 32.8%에서 올해 30.0%로 떨어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변제금 미납 사업주에 대한 추심을 강화해 회수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임금체불 규모가 전년 대비 약 5% 증가했음에도 대지급금 지급액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1~6월 대지급금 지급 규모는 총 5만9133명에게 347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843억원)보다 9.5% 감소했다.
세부적으로는 도산기업에 지급되는 ‘도산 대지급금’이 3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했지만, 간이절차에 따른 ‘간이 대지급금’은 3162억원으로 12% 줄었다. 이는 노동관서의 체불확인서나 법원 판결을 통해 지급되는 방식이다. 고용부는 “감독 강화로 체불 발생 후 자진 청산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의 기금 운영 방식에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노동부가 반복적으로 대지급금 계획을 과소 편성한 뒤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증액해왔다”며 “이런 관행은 재정건전성 지표의 신뢰도를 저하시키고 국회의 예산 심의 기능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총지출 규모의 정확성을 높이고 보다 정밀한 재정운용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며 “임금채권보장기금 계획액을 보다 현실적인 수준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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