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급증에 여행자보험 신계약 3년새 19배 증가
9개손보사 작년 272만7282건 계약
항공 지연·열사병 보장 특약 다양
모바일가입 등 MZ겨냥 상품 확대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여행자보험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3년 새 여행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19배 이상 급증했고, 올해 상반기 실적만으로도 과거 연간 수준을 넘어섰다. 단순 상해 보장을 넘어 다양한 리스크를 보장하는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며, 보험업계의 ‘여행 특수’도 본격화하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9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흥국화재·AXA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여행자보험 신계약 건수(합산 기준)는 지난해 272만7282건을 기록했다. 이는 3년 전인 지난 2021년(14만3140건)과 비교해 19배 이상 급성장한 수치다.
여행자보험은 2022년 59만6577건, 2023년 172만1809건을 기록하는 등 2021년 이후로 연평균 287.9%씩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기록한 173만3915건은 2023년 연간 기록을 웃돈다.
코로나19 이후 쪼그라들었던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했고,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에 대비하는 여행자보험 시장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 국내 공항의 국제선 항공편 이용자 수는 매해 가파르게 늘어나 지난해 연간 8893만명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중으로는 역대 최대 해외여행객인 4602만명으로 집계됐다. 여행자보험 신계약 건수에서도 해외여행 비중은 2021년 54.4%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97.9%로 절대적인 수치를 보인다.
특히 여행자보험은 과거 상해 치료비나 사망 보장 등 기본적인 보장 위주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의료비 ▷여행 취소 ▷수하물 분실 ▷항공 지연 등 예상치 못한 다양한 상황까지 보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예컨대 비행기를 놓쳐도, 날씨가 나빠도 보장받을 수 있는 특약이 등장하면서, 여행자보험도 실생활 위험에 한층 밀착된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은 항공기가 지연됐을 때 항공권 비용을 보상해 주는 ‘지수형 항공기 지연 특약’을 새롭게 출시했다. 기상 악화나 항공사 사정 등으로 항공편이 지연되면 일정 조건에 따라 보험금이 자동 지급되는 구조다. KB손보는 기후 변화로 인한 열사병 등 기후 질환 보장까지도 확대했다. 롯데손해보험은 비행기 탑승 직전까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실시간 가입 시스템을 도입했고, 삼성화재는 자주 해외를 오가는 고객을 위해 연간 단일 계약만으로도 여러 번 여행이 가능한 연간 해외여행보험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외에도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여행자 보험 가입 이후 무사고로 귀국하면 보험료의 10%(최대 3만원)를 환급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한화손해보험은 24시간 가입할 수 있는 다이렉트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대해상은 여행 성향에 따라 다르게 가입할 수 있는 맞춤형 플랜을 제공 중이다.
여행자보험 시장은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글로벌 여행 수요 회복에 더해, MZ세대와 디지털 노마드의 여행 방식에 맞춰 보험 상품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 기반 실시간 가입, 맞춤 특화 보장 등 가볍고 유연한 상품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행자보험은 고객 여정 전반을 챙기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디지털 플랫폼과 연계한 편의성, 실시간 지급 시스템 등도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p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