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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사건 계기로 E-9 비자 제도 개선…사업장 변경 사유 확대 추진‘직장 내 괴롭힘’ 피해 입증 어려운 현실 반영해 법 개정 착수90일 내 재취업 못 하면 강제출국 “인권 사각지대 해소 필요”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제공]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외국인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보다 쉽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도록 정부가 고용허가제(E-9 비자) 제도 개선에 나선다. 입증 책임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구조적 인권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28일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고용법 개정을 추진해 사업장 이동을 가로막고 있는 고용허가제도 전반을 손볼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등 피해가 발생해도 증거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부당한 처우를 받은 노동자가 보다 수월하게 이직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사업장 변경 사유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외국인고용법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노동자가 입국 후 3년간 최대 3회, 이후 1년 10개월의 연장 기간에는 2회까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변경 사유는 근로계약 종료, 사업장 휴·폐업, 사용자의 명백한 귀책사유로 제한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이나 인권침해로 인한 변경은 노동자가 이를 명확히 입증해야 하는 구조여서, 실제로는 사업장 이동이 어렵다. 변경이 승인돼도 90일 안에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강제출국 대상이 되는 점도 외국인 노동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번 조치는 최근 전남 나주에서 발생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A씨 괴롭힘 사건이 계기가 됐다.

A씨는 지난 2월 나주의 한 벽돌 공장에서 벽돌 더미에 묶인 채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방식의 괴롭힘을 당했으며,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이 최근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야만적 인권침해를 철저히 엄단하겠다”고 밝혔고, 경찰은 가해자인 50대 한국인 B씨를 특수감금·특수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고용부도 해당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획감독에 착수했다.

고용부는 “빠른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지난 24일 사업주와 가해자, 동료 근로자를 각각 조사했다”며 “특히, 피해자 A씨는 조사시간 등 일정을 충분히 조율해 25일 오전 변호사 입회하에 주거지 인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했고 향후에도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고려해 일정 및 장소 등을 사전에 협의하면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피해자 A씨가 90일 안에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강제출국될 우려도 덜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26일 SNS를 통해 “근무환경이 우수한 업체가 A씨 채용 의사를 밝혔다”며 “28일 현장 방문을 통해 취업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고용부는 “고용허가제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및 알선은 전라남도가 아닌 관할 고용노동관서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향후 최대한 피해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하여 적극 알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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