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하수는 드러낸다 고수는 감춘다 [이동규의 Thinkprint][14]

고수와 하수(1)

보통 안다는 것의 반대는 ‘모른다’가 아니라 ‘안다’는 착각이다. 인간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모르는 게 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소위 ‘상위인지(metacognition)’ 개념이다. 따라서 일단 내 무지를 깨닫는 것이 앎의 커다란 진전이다. 자고로 고수는 숨기고 하수는 드러낸다. 한비자도 일찍이 “지혜를 감추면 총명함을 얻고, 마음을 보이면 사람을 잃는다”고 설파했다.

흥미롭게도 이는 기업경영의 세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적 하이테크 회사들이 브랜드파워를 유지하는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들은 결코 자신의 현란한 기술을 자랑하지 않는다. 자신의 고객들에게 진짜 주고 싶은 것은 오직 고객이 얻게 되는 신선한 영감과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는 동양철학의 최고봉 노자의 통찰인 ‘대교약졸(大巧若拙)’의 경지와도 일맥상통한다. 이 말은 큰 솜씨는 오히려 서툴게 보인다는 뜻이다. 예컨대 피카소를 보면 마치 어린아이가 낙서한 듯 보인다. 진정한 내공은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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