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여보, 우리도 청약통장 깰까?” 청약통장 3년 3개월 새 225만개 감소…최소치 경신에 무용론 ‘재점화’

9월 기준 가입자 2635만명…올해 들어 최소치 경신

분양가 상승·규제 강화·가점 경쟁 등 복합적 요인

[연합]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청약통장 가입자가 올해 들어 최소치를 경신하며 청약통장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9월 기준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포함) 가입자 수는 2634만9934명으로, 올해 들어 최소치를 경신했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기 직전이었던 2022년 6월 2859만9279명에서 2025년 2월 2643만3650명으로 2년 8개월 연속으로 줄었다. 이 기간 감소한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16만5629명이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 주요 재원인 청약통장 저축액의 감소를 막기 위해 통장 금리를 2022년 11월(0.3%포인트), 2023년 8월(0.7%포인트), 2024년 9월(0.3%포인트) 등 세 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또 지난해부터 청약통장 미성년자 인정 기간을 확대했으며, 올해부터는 청약통장의 소득공제 한도를 연 300만원으로 늘리고 신혼부부가 출산하면 특별공급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등 청약 혜택을 더욱 늘렸다.

이런 영향에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 2월 2643만3650명에서 3월 2643만8085명으로 4435명 늘며 2년 9개월 만에 반등했다. 그러나 이후 청약통장 가입자는 7월 2636만6301명에서 8월 2637만3269명으로 6968명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 매달 감소세가 지속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두 차례(3월·8월)를 빼고 매달 청약통장 가입자가 감소한 것이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9월(2634만9934명)에도 2만3335명이 감소했다. 이를 감소세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22년 6월(2859만9279명)과 비교하면 3년 3개월 동안 224만9345명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국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7.1대 1에 그쳤다. 2020년(26.8대 1)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수요 위축에 따라 청약통장 감소세가 심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이상섭 기자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이상섭 기자

무엇보다도 분양가격이 급등하고, 당첨 가점은 점점 높아지면서 당첨될 확률이 낮아지는 추세가 가입자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3.3㎡당 전국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2021년 1303만원, 2022년 1530만원, 2023년 1815만원, 지난해 2069만원에 이어 올해는 9월 기준으로 2118만원으로 치솟았다.

약 4년 만에 분양가격이 62.5% 급등한 것으로,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 입장에서 부담이 대폭 커진 셈이다.

수도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죄는 6·27 대책과 서울 25개 구 전역 및 경기도 12곳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으로 묶는 10·15대책이 발표되며 실수요자들의 청약 대출 진입 문턱이 높아졌다.

10·15대책에 따라 확대된 37곳의 규제지역에서는 무주택 당첨자 기준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기존 비규제지역이었을 당시였던 70%에서 40%로 대폭 낮아졌다. 또, 잔금 시점에서는 분양가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을 받는다. 분양가에 따른 대출 한도는 15억원 이하의 경우 6억원, 15억∼25억원의 경우 4억원, 25억원 초과의 경우 2억원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박지민 대표는 “청약통장 가입자는 당분간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고분양가에 저렴한 새집을 찾기 어려워졌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시세차익이 큰 단지의 경우에는 고스펙의 청약통장만 당첨 가능해 대다수 가입자의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yun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