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460원 뚫린 환율, 1500원까지 간다?…외국인은 한주 새 코스피 7조 팔았다 [투자360]

원화 가치 1주일 새 2% 급락, 7개월 만에 최고

환율 1400원대 ‘뉴노멀’

외국인, 코스피 이탈 지속…지난주 7.2조 매도

코스피는 7일 장중 39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가 3900선 밑으로 거래된 것은 지난 10월 23일 이후 11거래일만의 일이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1시 55분 기준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보다 130.40포인트 하락한 3896.05포인트를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56.90원이다. 임세준 기자
코스피는 7일 장중 39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가 3900선 밑으로 거래된 것은 지난 10월 23일 이후 11거래일만의 일이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1시 55분 기준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보다 130.40포인트 하락한 3896.05포인트를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56.90원이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460원대로 뛰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한 주 사이 2%나 하락해, 주요국 통화 중 절하율 1위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주에만 코스피를 7조원 넘게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내국인 해외투자 확대와 대미 투자 수요 등 구조적인 달러 수급 불균형으로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7일 원/달러 환율의 야간 거래 종가는 전주보다 28.5원 뛴 1461.5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9일(1472.0원)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당시는 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효하고 미·중 갈등이 고조됐던 시기다.

원화는 지난주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가장 약세였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 7일 야간 거래 종가를 기준으로 전주 대비 1.9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하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인 달러인덱스가 약 0.15% 절상된 데 비해 원화 가치 하락 폭이 컸다.

지난주 원화 가치를 끌어내린 주요인은 외국인 투자자의 7조2638억원 어치 주식 순매도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5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처분했다.

지난 달 외국인 순매수 규모(5조3447억원)를 뛰어넘었고 9월 한 달 외국인 순매수(7조4465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코스피 지수는 이달 초 4200선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갔으나, 인공지능(AI) 고평가 우려로 투자심리가 약화하며 지난주 급락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과도하게 상승했던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원화가 직격탄을 맞았다”며 “10월까지 한국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원화 가치를 방어하는 역할을 했던 외국인의 주식시장 수급이 돌아서면서 원화 약세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도 “주가가 6개월 동안 60% 상승하면서 고평가 의심은 APEC 이전부터 제기됐었고, 시장은 차익실현 기회를 보고 있었다”며 “APEC에서 관세와 대미 투자라는 대형 재료가 소화되면서 외국인의 차익실현이 시장 예상보다 강하게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서학개미 열풍’ 등 내국인의 해외투자 증가세도 원화에 구조적인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1∼9월 거주자 해외증권투자액은 998억5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외국인 국내증권 투자액(296억5000만달러)의 약 3.4배에 달했다.

내국인 해외투자가 늘어난 탓에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올해 9월까지 경상수지 누적 흑자는 827억7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순자산 증가 규모(809억9000만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로 벌어들인 달러가 금융계정을 통해 거의 전액 해외로 빠져나간 셈”이라며 “서학개미와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해외증권투자,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등으로 국내 달러 공급이 빠르게 외부로 재유출되는 구조가 고착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정부의 대미 현금투자(연간 200억달러 한도)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환율이 1460원 선을 넘어선 만큼 1500원대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신중한 통화정책을 강조하고, 미·중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환율은 1500원 선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통화완화 기대가 재확산되거나 한국의 반도체 수출 개선이 이어지면 환율은 1400원대 초반에서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석진 하나은행 외환딜러는 연말까지 환율 범위를 1420∼1470원대로 예상했다.

이석진 외환딜러는 “연준의 긴축 종료에 따른 달러 유동성 완화와 국내 수출 호조로 추가적인 원화 약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내국인 해외투자 확대, 대미 직간접 투자 수요 부담 등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1400원대 아래로 내려오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yun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