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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성적 절대적 열위”도 뽑혔다…위성호 前 신한카드 대표 채용비리 유죄 [세상&]

서울중앙지방법원. [연합]
서울중앙지방법원.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계열사 관계자들로부터 청탁을 받아 ‘특혜 채용’ 리스트를 만들고 면접 점수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위성호 전 신한카드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최종 합격’을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채용 과정에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면 업무방해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정연주 판사는 13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위 전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위 전 대표의 지시를 받고 부정 채용에 관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기봉 전 신한카드 부사장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 판사는 “채용 과정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시키고 많은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줬다”며 “피고인 위성호는 의사결정권자로서 큰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위 전 대표와 이 전 부사장은 2016~2017년 신입사원 채용 전형에서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임원 등으로부터 청탁을 받아 총 8명을 관리한 혐의로 2022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위전 대표와 이 전 부사장의 지시로 인사팀 실무자들은 서류전형 기준을 미달한 지원자를 통과시키고, 1차·2차 면접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판사는 관리 대상자였던 8명 지원자의 점수와 전형 통과 경위, 최종 합격 여부 등을 따져 유·무죄를 판단했다. 8명 중 4명에 대한 점수 조정 등 행위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인정됐다. 신한카드 채용팀 실무자들은 서류전형, 1차 면접 등 이후에 ‘추가 보고서’를 작성해 평가했다.

실무자들은 지원자 A씨에 대해 ‘학과 성적 절대적 열위’, ‘상대적 고연령’, ‘특별한 경력 없고 경험과 이해 부족’ 등 부정적인 평가를 적었다. 이 전 부사장이 A씨에 대해 명확하게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지만 위 전 대표는 “다음 단계에서 검증해보자”라고 하며 전형을 통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명 또한 ‘관련 지식 및 경험 현저히 부족’, ‘신사업 이해도 부족’, ‘직무적합성 미흡’ 등 평가를 받고도 전형을 통과했다.

정 판사는 “추가 보고서 기재 내용만으로는 채용팀 실무자들이 문제된 지원자들을 통과시켜야 할 장점이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 이 씨 역시 ‘불합격권’이라 위성호에게 직접 보고했다. 그런데도 피고인 위 씨의 지시에 따라 점수 조정 및 통과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 판사는 또 “결국 정상적 채용 업무 일환으로서 의견 교환을 거쳐 결정됐다기보다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피고인 위성호의 개인적 의사결정에 따라 전형에 통과했다고 보인다. 강제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달리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명시적으로 채용 통과나 합격을 지시하지 않았어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인정된다는 취지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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