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매달 월급에서 빠져나갔는데 국민연금 체납”…사업주 미납인데 근로자만 손해

올해 상반기에만 5031억원…체납 기간, 가입 기간 불인정

[123RF]
[123RF]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매달 월급에서 꼬박꼬박 빠져나갔던 국민연금 보험료를 사업주가 납부하지 않은 등의 이유로 장기 체납액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보험 중에서 유독 국민연금만 체납으로 인한 피해를 개인에게 전가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4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13개월 이상 4대 사회보험 장기 체납액은 2024년 말 기준 총 1조1217억원에 이른다. 이 중 국민연금 체납액이 4888억원(체납 사업장 3만1000 곳)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1년 5817억원(4만 곳)에서 2024년 4888억원(3만1천 곳)까지 감소세였으나, 2025년에는 6월까지만 집계했는데도 5031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가장 오랫동안 보험료를 안 낸 사업장은 213개월, 17년이 넘는 기간 동안 1억6000만원을 체납했다. 또 어떤 사업장은 2년 2개월 만에 26억원이 넘는 금액을 미납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보험이 체납되면 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체납하더라도 근로자가 근무 사실만 증명하면(월급명세서 등) 모든 혜택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다. 정부가 먼저 근로자를 보호하고 추후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

반면 국민연금은 현행법상 사업주가 국민연금을 내지 않으면 해당 기간은 근로자의 가입 기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개별 납부’라는 구제책이 있지만 근로자가 이미 떼인 자신의 부담금(4.5%)을 또 내면 가입 기간의 50%만 인정해 준다. 가입 기간을 100% 다 인정받으려면 근로자가 자기 몫(4.5%)은 물론, 사업주가 내야 할 몫(4.5%)까지 총 9%를 납부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징수 시스템은 사실상 체납자를 방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민연금 체납으로 형사 고발까지 이어진 경우는 855건에 불과했다.

이들이 체납한 418억원 중에서 고발을 통해 실제로 징수한 금액은 82억원으로 징수율이 19%에 그쳤다.

같은 기간 사업장이 폐업하고 5년이 지났다는 등의 이유로 ‘더 이상 받을 방법이 없다’며 징수를 포기해버린 ‘관리 종결’ 체납액도 1157억원에 이른다.

thlee@heraldcorp.com